[이달의 시] 평해 월송정에서 노닐며

기사입력 2025.05.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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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풍이라 따스한 봄날의 월송정이여

푸른 강 맑은 모래 십리나 이어졌네

끝없는 평원에 무한한 생각 일어나는데

불탄 흔적에 풀색이 그 더욱 푸른 것을

김시습(1435-1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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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원문은 생략했다. 

김시습은 5세 신동으로 우리에게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세조가 어린 단종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하자 책을 불사른 뒤 전국을 떠돌았다. 그때 울진에 와서 <평해 월송정에서 노닐며>, <울진에 머물면서>, <울진에 들르다>, <망양정에 올라>, <羽陵島를 바라보며>와 같이 5편의 시를 남겼다. 시 <울진에 들러다>에는 울진이 외가 곳임을 말하고 있다. 일설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가 울진 장가로 강릉 김가 집안에 시집간 것으로 보인다. 

 

『평해 월송정에서 노닐며』라는 시는 그저 자연을 음풍농월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당시 임금 세조를 향한 비판적 시각을 은유로 표현했다. 바로 3행과 4행에 나타나 있다.

3행『끝없는 평원에 무한한 생각이 일어나는데(一望平原無限思)』, 4행『불탄 흔적에 풀색이 그 더욱 푸른 것을(燒痕草色更靑靑)』에서 자기의 심정과 단종을 향한 충심을 토로하고 있다.

 

당시 그는 최고 지식인으로서 왕위 계승의 정통성에 맞지 않는『계유정란』을 개탄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을 것이다. 비록 세조가 사육신 등 선비들을 도륙하고 왕권을 잡았지만, 그도 사육신과 마찬가지로 일편단심을 버리지 않고, 세조 정권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4행에 나타내고 있다. 

 

왕조시대에도 문란한 정치 행위로 백성의 민심은 외면하고 간신의 말에 줏대 없이 놀아난 이른바 혼군, 폭군, 용군이 있었다. 이들은 결국 자신과 나라를 망친 임금으로 역사에 남았다. 옛사람들은 이 같은 까닭으로 물을 백성에, 배(舟)를 임금에 비유하여 물이 배를 뜨게 할 수도 있고, 능히 배를 뒤엎을 수 있다고 했다. 옛글의 君舟民水가 바로 이런 뜻이렸다! 

하여, 이 시대에도 왕처럼 군림하고 민심을 외면, 불의를 지지, 선동하는 등의 행위로 우리가 피로 일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자들이 있다면 어쩌면 역사에 현대판 연산군 시대로 기록되지 않을까 한다.  

 

김시습의 말대로 불탄 역사의 흔적에 푸른 생기가 도는 계절이 오고 있다. 생명의 빛, 평화의 빛, 희망의 새 빛이 일어서고 있다. 산천에 봄이 오고 있다.    

(김진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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