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材)을 얻는 자, 천하(天下)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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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동원대학교 교수)
1644년 4월 24일(음력 3월 18일) 밤, 반란군이 수도 베이징을 향해 진격해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명나라 마지막 황제 숭정제(崇禎帝)는 세 아들을 평민으로 변장시켜 피신시키고, 비빈(妃嬪)과 공주들은 자기 손으로 죽였다.
다음 날 새벽, 반란군이 베이징에 진입했다는 보고를 받은 숭정제는 다급하게 궁궐을 지키는 관병(官兵)과 대신(大臣)들을 소집하는 종(鐘)을 쳤으나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로지 환관(宦官) 왕승은(王承恩)만이 그의 옆에 남아있었다.
숭정제는 황궁 후원인 경산(景山)에 올라 역대 황제들의 위패를 모신 수황정(壽皇亭) 앞의 홰나무(槐木)에 목을 맸다. 그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떠났다.
“짐(朕)은 덕(德)이 없고 나약해 신하들이 모두 나를 그르치게 했다. 나는 죽어서도 선조들을 볼 낯이 없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덮는다. 내 몸을 갈기갈기 찢는 것은 좋으나, 백성만큼은 한 사람도 다치는 일이 없게 해달라.”
원래 숭정제는 그동안 국정을 농단하고 있던 환관 일파를 제거하고 조정의 기강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어려워진 국고를 살리기 위해 궁중의 보물을 내다 팔고, 근검절약을 몸소 실천하는 성실한 군주였다. 그러나 황실과 백성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나라를 바로 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만주족의 침략과 심각한 흉년까지 겹쳐 곳곳에서 대규모 반란이 일어났다.
그의 원망대로 명나라가 과연 황제를 제대로 보좌한 인재가 없어서 망했을까? 물론 아니다.
의심이 많았던 황제는 신하들을 잘 믿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성격도 너그럽지 못해 수많은 인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17년 재위하는 동안 내각의 각료를 무려 50여 명이나 교체했을 뿐 아니라, 간신들의 모함에 속아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던 원숭환(袁崇煥)과 같은 명장들을 불러들여 그들의 가족까지 모반이라는 죄목으로 죽였다.
만주족의 침입에 맞서 악전고투하며 후원군을 기다리던 홍승주(洪承疇), 조대수(祖大壽) 등에게도 간신들의 말에 속아 후원군을 보내주지 않았다. 그들은 고립무원 상황에서 항복하면 부하들을 살려주겠다는 청나라의 제안에 결국 굴복하고 만다. 이들이 항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숭정제는 또다시 그들 가족까지 역적으로 몰아 모조리 처형했다.
반면, 청나라 진영에서도 만주족 장수들이 항복한 장수들을 죽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당시 청 태종과 장수들의 대화가 『청사고(淸史稿』에 실려있다.
장수들이 명나라 장수들을 죽이라고 요구하자 태종이 물었다.
“우리가 비바람을 맞으며 수십 년을 고생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야 중원(中原)으로 들어가기 위함이 아닙니까?”
그러자 태종이 말했다.
“오늘 우리에게 길을 안내할 인재를 얻었는데 어찌 기쁘지 아니하랴. 인재임을 알고도 쓰지 않는다면 어떻게 힘을 쓸 수 있겠는가? (今獲一導者 吾安得不樂, 知而不擧 何以示勸)”
청 태종은 그들의 항복을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중용한다. 이미 알려진 대로 홍승주와 조대수 등은 창칼을 거꾸로 들고 자신의 조국이었던 명나라 정벌의 최전선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신하들이 자신을 망쳤다고 한탄했던 숭정제와, 인재를 알고도 쓰지 않으면 어떻게 힘을 쓸 수 있겠느냐고 되묻는 청 태종. 두 사람이 가진 도량과 그릇의 차이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은 것이다.
리더가 하는 일 가운데 무엇이 으뜸인가? 바로 인재를 알아보고 그 사람을 쓰는 일, 즉 인사(人事)다. 그래서 고전(古典)에서는 제왕의 인재에 관한 인식과 태도가 국가의 흥망성쇠와 직결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직의 시스템이 아무리 민주적으로 바뀌어도 그 자리에 맞는 인재를 골라 쓰는 것은 조직관리의 핵심이다. 조직이 아무리 시스템에 의해 움직인다 해도 결국 인사가 단기적으로는 이익,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성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인재 발굴과 육성을 최고의 기업 가치로 삼고 '인재 키우기'에 전력투구한 결과, 마침내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三星)을 보라. 정상에 올랐음에도 삼성은 결코 현실에 안주(安住)하지 않는다. 거대한 조직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사례다.
요즈음 경기 침체로 위기에 내몰린 기업과 대학들을 보면서, 역사 속 왕조의 부침(浮沈)을 다시 한번 돌아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하나다.
‘사람(人材)을 얻는 자, 천하(天下)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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