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애완견 유감

기사입력 2025.07.2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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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도척(盜拓)’이라는 이름을 가진 악명을 떨치던 도둑이 있었다. 그는 도둑놈의 세계에서는 동양 역사에서 첫 번째로 손꼽는 인물이다. 공자가 천하를 주유하며 인의(仁義)와 덕치(德治)를 주장하고 다닐 때, 그는 오히려 천하를 돌아다니며 도둑질로 악명을 떨쳤다. 

 

그는 태산에 웅거하면서 무려 9천 명이 넘는 부하를 거느렸다. 무리를 이끌고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제후를 공격하여 약탈할 정도로 세력이 막강했다. 때로는 사람의 간을 썰어 먹었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저잣거리에서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공자의 제자 안회(顔回)가 도척을 찾아가 만났다. 그는 도척의 악행에 대한 소문을 지적하면서 “왜 도둑질을 그만두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도척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세상의 모든 직업이 본질적으로 도둑질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정치인은 권력을 훔치고, 장사하는 사람은 이익을 좇고, 학자들은 지식을 이용해 권력을 얻는다. 그렇다면 그들 역시 자기와 다를 바가 없는 도적이 아니냐는 논리였다. 그는 자신이 단순히 물건을 훔치는 좀도둑이 아니라, 도둑질하는 자로서 오히려 나름의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강변했다. 이 이야기는 『장자(莊子)』 「도척편(盜跖篇)」에 실려있다. 

그의 행위를 두고 사마천은 『사기』 「백이열전」에서 “사람의 고기(人肉)를 먹는 도척 같은 자는 잘살다가 집에서 편안하게 죽고, 오히려 백이와 숙제 같은 어진 이는 굶어 죽었다.”라며 한탄했다. 악한 사람은 천수를 누리고 선한 사람은 오히려 비참한 최후를 맞는 현실에 화두를 던진 것이다

 

‘도척지견(盜跖之犬)’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유래했다. 도척을 따라 도둑질을 일삼는 무리를 ‘개(犬)에 빗대어 하는 말이다. 즉,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먹을 것을 주는 주인을 무조건 따르는 자’를 조롱하는 말이다. 요즘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애완견일 뿐이다.

 

도척이 기르는 개는 그 주인이 어떤 자인지 알지 못한다. 알 생각도 없다. 항상 주인의 눈치만 살핀다. 그저 밥 한 덩어리를 얻어먹으려고 주인에게만 꼬리를 흔들고 다른 사람에게는 짖고 물어뜯기를 서슴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은 주인의 눈치를 살피며 쉬지 않고 꼬리를 흔드는 애완견들의 작태를 ‘도척의 개’라고 비아냥거렸다. 

 

도둑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남의 집에 들어가 금품을 훔치는 도둑과 나라의 돈과 국민의 신뢰를 훔치는 도둑이 있다. 전자는 보통 좀도둑이요, 후자는 부패한 정치인과 권력자들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를 움직이는 권력자들이 국민의 신뢰를 도둑질하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과연 정의가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도척은 도둑질하면서도 기본적인 도(道)를 지키라고 했지만, 오늘날 큰 도둑이 되려는 자들은 그런 도리조차 없다. 마음 놓고 감언이설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법의 공평성과 공정한 사회, 윤리의 가치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형평성의 가치와 공정한 질서가 뒤바뀐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부패한 정치인, 권력형 비리, 책임을 지지 않는 지도자들은 모두 오늘날 우리 사회의 ‘도둑’이다. 감언이설과 거짓으로 국민을 속이고 나라를 도둑질하려는 정치인은 자기를 추종하는 무리를 방탄 삼아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거침없이 행동한다. 그 추악한 처신과 가증스러운 언행을 단죄해야 한다.

 

“한두 명을 죽이면 살인자이지만, 수백만 명을 죽이면 정복자가 되고, 모두를 죽이면 신(神)이 된다.”라고 했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로스탕(Jean Rostand)이 한 말이다. 

 

개인의 살인은 범죄로 간주하지만, 대규모의 살상은 정복자나 신적(神的) 행위로 미화되는 인간 사회의 모순을 풍자한 것이다.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은 이 말을 자신의 대량 학살을 합리화하는 데에 활용했다. 생각만 해도 두려운 일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신뢰로 세워진다. 천하를 훔치려 드는 도둑은 자신의 권력과 이익만을 탐하며 국민을 농락하려 든다. 작은 도둑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완견 몰이를 하면서 민주적 가치와 공정의 질서를 훔치려는 이런 자들을 심판하지 않으면 우리의 사회는 내일을 보장할 수 없다.

 

도척이 내세우는 도둑의 기본 도리는 도덕적 가치를 상실한 당시 사회에 대한 냉소적인 풍자였지만, 그 속에는 공정한 가치를 갈구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요구가 들어 있다. 

우리는 그 간절한 바람을 위해, 그래서 공정한 가치가 우위에 있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늘 깨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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