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시」 고추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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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먼지에 쌓여 지나온 마을
멀리 와 돌아보니 그곳이 복사꽃밭이었다고 한다
어둑어둑 서쪽 하늘로 달도 기울고
꽃잎 하나 내 어깨에 고추잠자리처럼 붙어 있다.
(신경림, 『고추잠자리』 전문, 2025. 5. 16. 발행)
이 시는 신경림 시인의 유고 시집『살아있는 것은 아름답다』에 실린 작품이다. 화자는 고추잠자리를 통해 자신의 삶을 네 줄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그 삶은 곧 민중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고 느껴진다. 흙먼지 쌓인 마을은 한국 민중이 살아온 삶터이며, 현대사는 말 그대로 격변의 시간들이었다. 그 속에서 민중의 삶은 고단했고, 시인의 삶 또한 그러했다.
신경림은 유신 독재와 민주화 운동의 시기에 사회적 발언을 아끼지 않았고, 문학과 실천을 겸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의 시는 단순한 문학을 넘어, 행동이자 기록이었다. 말과 글, 삶이 일치된 대표적인 참여 시인이었다.
그는 ‘흙먼지’라는 부정의 이미지에서 '복사꽃밭'이라는 긍정으로 반전을 이끌어 낸다. 흙먼지와 복사꽃밭의 대비는 삶의 아픔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드러낸다.
신경림의 시 세계는 민중 현실에 대한 참여, 깊은 연민, 서정성을 함께 지녔다는 점에서 한국 문학사에서 높이 평가된다. 그는『농무』(1973)에서 농민과 민중의 고단한 삶을 사실적이면서도 시적으로 형상화했다. 도종환 시인은『고추잠자리』 해설에서 그의 일생이 이 시에 압축되어 있다고 하며, 시인의 어깨에 붙은 붉은 꽃잎을 ‘훈장’에 비유했다.
나는 작년 장례식에 만장을 써드린 인연으로, 올해 제1회 신경림 문학제(5월 22일, 충주시 노은면 어울림센터)를 다녀왔다. 문학제에는 시인을 추모하는 문인들과 고향 주민들이 함께했다.
이제 여름이다. 곧 고추잠자리가 날아오를 것이다. 초여름의 푸른 빛에서 가을의 붉은빛으로 변하는 고추잠자리처럼, 시인의 시혼도 저 세상에서 선명히 빛날 것이다. 신경림 시인의 안식을 기원한다.
(김진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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