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이 믿지 않으면 정치는 없다.

기사입력 2025.07.2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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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동원대학교 교수)

 

관중의 보필을 받은 환공(桓公)이 나라의 기틀을 탄탄히 다진 이래 제(齊)나라는 줄곧 강대국으로 군림해 왔지만, 위왕(威王)이 즉위할 즈음에는 국력이 많이 기울어 있었다. 

 

새 왕이 즉위하자 신하들은 늘 해왔던 대로 왕을 칭송하며 듣기 좋은 소리만 늘어놓았다. 원래 상당히 총명했던 왕은 아부를 일삼는 측근들에게 둘러싸여 점점 총기를 잃어 갔다. 

 

어느 날 추기(鄒忌)라는 자가 음악을 좋아하는 왕을 위해 거문고를 연주하겠노라고 하면서 만나기를 청했다. 하지만 왕을 만난 추기는 연주하는 흉내만 낼 뿐, 계속 뜸을 들였다. 기다리던 왕이 짜증을 내자 그는 거문고를 내려놓고 말했다.

“그런 왕께서는 어째서 제나라라는 거문고를 9년 동안이나 연주하지 않고 뜸만 들이고 계십니까?”

그의 말뜻을 알아챈 위왕은 마침내 그를 재상으로 발탁하여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당시 제나라에서는 서공(徐公)이라는 사람이 최고 미남이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추기도 키가 크고 외모도 준수하였으므로 자기 용모에 상당한 자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아내에게 서공과 비교해 누가 더 미남이냐고 물었다. 아내는 “당연히 당신이 더 잘생겼지요.”라 대답했다. 첩에게 물어도, 주변 사람에게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얼마 후 서공을 만난 추기는 아무리 보아도 자기보다는 그가 훨씬 더 미남이었다. 그는 ‘이들은 왜 모두 하나같이 내가 더 잘생겼다고 할까?’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부인은 오로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고, 첩은 총애를 잃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며, 주변 사람은 내게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 날, 그는 바로 조정으로 들어가 깨달은 바를 왕에게 말하고,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지금 제나라 내부 상황을 보면 왕비와 후궁들은 물론, 왕의 측근으로서 왕께 아부하지 않는 자가 없고, 조정의 신하 가운데는 왕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주변 사람 모두 왕으로부터 각별한 관심을 받으려는 자들입니다. 그러니 왕께서 어떤 일의 진상을 알고 싶어도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바로 이런 자들 때문에 지금까지 왕의 총명함이 가려져 바른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왕은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다음과 같이 명령을 내렸다. 

“내 앞에서 내 잘못을 지적하면 상등(上等) 상을 주고, 상소를 올려 간언(諫言)하면 중등(中等) 상을 주고, 저잣거리에서 내 욕을 해서 내 귀에 들어오면 하등(下等) 상을 주겠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다투어 입궐했다. 몇 개월이 지난 뒤에도 몰려드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주변 나라 사람들도 이 소문을 듣고 제나라를 찾아왔다. 급기야 사람들이 몰려들어 붐비는 바람에 궁궐의 문 앞과 뜰에 마치 시장이 열린 것 같았다. 

 

왕은 자신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충실히 귀를 기울여 즉시 잘못을 바로잡았다. 그렇게 1년여가 지나자 왕의 잘못을 지적하는 간언들이 완전히 사라졌다. 

‘대문 앞과 뜰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마치 시장(市場)과 같다.’라는 뜻의 ‘문정약시(門庭若市)’라는 고사성어의 유래이다. 『전국책(戰國策)』 「제책(齊策)」에 실려 있다. 오늘날에는 주로 ‘문전성시(門前成市)’라고 사용하고 있다. 

 

세상이 변하면서 사회상도 많이 달라졌지만, 예나 지금이나 ‘소통의 리더십’은 늘 화제의 중심에 있다. 복잡한 사회 속에서 다양한 계층과 격의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리더십은 리더가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이다. 

 

‘진정한 리더는 노력하고 섬기는 자’라는 말이 있다. 오늘날의 리더는 늘 노력하는 자이고, 남을 섬기며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공적인 영역에서 지위가 높을수록 그 지위의 기반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데 있다. 

 

초(楚)나라의 대부 섭공(葉公)이 정치에 관해 묻자, 공자가 한마디로 정의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기쁘게 만들고, 멀리 있는 사람들을 찾아오게 하는 것이오. (近者說 遠者來)”

 

공자는 “리더가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일이 이뤄지지만, 바르지 못하면 아무리 명령해도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라고 하면서, ‘백성이 믿지 않으면 정치는 성립될 수 없다(民無信不立),’라고 일갈했다. 공자가 가르치는 ‘믿음’은 바로 백성과의 ‘소통’이었다.

 

오늘날 리더의 몸가짐과 언행 등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리더의 자기 수양과 성찰을 통한 적극적이고 진정한 소통의 자세는 중요하다. 

 

‘초보는 큰 그림만 보지만 대가(大家)는 작고 섬세한 것으로 승부를 건다.’라는 말이 있다. 적어도 나라를 이끌어 가는 리더라면 큰 그림만 강조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들에게 비전과 믿음을 주면서 사회통합을 위한 작고 섬세한 기본적인 부분에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이다. 

추기와 같은 신하를 보기 힘들어진 요즈음에는 더 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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