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目)을 뜨고 귀(耳)를 열어라

기사입력 2009.06.3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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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위(魏)나라 사람 한단순(邯鄲淳)이 쓴 중국의 고전 유머집《소림(笑林)》에 실려 있는 이야기이다.

 

초(楚)나라에 사는 가난한 서생이 《회남자(淮南子)》를 읽다가 '사마귀가 매미를 잡을 때 나뭇잎을 이용해서 자기 몸을 숨긴다.‘ 라는 내용을 보았다. 무언가 느낀 것이 있었던 그는 숲에 들어가 나뭇잎에 달라붙은 사마귀를 열심히 찾았다.

 

한나절을 고생하던 그는 마침내 나뭇잎 뒤에 숨어서 매미를 잡을 기회를 엿보는 사마귀를 발견하고는 쾌재를 불렀다. 그는 얼른 그 나뭇잎을 땄다. 그러나 실수로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먼저 떨어져 있던 나뭇잎과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부근의 나뭇잎을 모두 쓸어 담아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아내를 불러 앉혀놓고 나뭇잎을 하나하나 들어 자기 눈을 가리고는 아내에게 "내가 보이는가?"라고 물었다. 아내는 처음에는 물을 때마다 곧이곧대로 "보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남편이 계속해서 나뭇잎을 번갈아가며 눈을 가리고는 똑같은 질문을 하자 슬그머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귀찮아져서 되는 대로 "안 보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서생은 뛸 듯이 기뻤다. 드디어 남으로부터 자신을 숨길 수 있는 나뭇잎을 찾았다고 생각한 그는 그 나뭇잎을 들고 시장으로 갔다. 그리고는 잎사귀로 자신의 눈을 가린 채 길거리로 나가 사람들이 빤히 지켜보는 데서 남의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다. 그는 금방 사람들에게 붙잡혀 관아로 끌려갔다. 고을의 관리가 그를 심문하자 그는 말했다.

"나는 이 나뭇잎으로 눈을 가렸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볼 수가 없소."

 

어이가 없게 된 관리는 사실을 계속 추궁했다. 마침내 관리는 서생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게 되었다. 관리는 한바탕 크게 웃으며 서생을 미친놈이라고 생각하여 죄를 묻지 않고 그냥 놓아주었다.

 

전국(春秋戰國) 시대 초(楚)나라에 갈관자(鶡冠子)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깊은 산 속에서 살며 갈(鶡)새의 깃털로 관을 만들어 쓰고 다녔으므로 이러한 호(號)를 얻게 되었다고 전한다. 그의 저서로 알려진《갈관자(鶡冠子)》의 ‘천칙(天則)’ 편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대저 귀는 청각을 지배하고 눈은 보는 것을 통제한다. 그러나 나무 잎사귀 하나가 눈을 가리면 태산을 보지 못하고, 콩 두 알로 귀를 막으면 천둥소리도 듣지 못한다." (夫耳之主聽 目之主明 一葉蔽目 不見泰山 兩豆塞耳 不聞雷霆)  

 

여기서 '일엽폐목 불견태산(一葉蔽目 不見泰山)'이라는 성어가 생겼는데, 줄여서 일엽폐목(一葉蔽目) 또는 일엽장목(一葉障目)이라고도 한다. 즉, '나뭇잎 하나가 눈을 가린다'라는 뜻으로, 자질구레하고 단편적인 현상에 가려 사물의 전모나 근본적인 문제를 깨닫지 못하는 경우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되는 말이다.

 

세상이 몹시도 어지럽다. 어제는 옳고 정당했던 일이 오늘에 이르러 그르고 옳지 않은 일로 바뀌는 일이 날마다 반복된다. 시대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니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그때마다 달라지는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곤혹스럽다. 당연히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판단 기준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청와대에서 정치는 잘하고 있는데 이를 제대로 홍보하지 못해 백성들이 잘못 알고 있다고 푸념했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백성들을 아주 우습게 아는 오만함이 정치권에 만연되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세상 민심을 보는 자세가 이러하니 나뭇잎 하나로 제 눈을 가리고 콩 두 알로 제 귀를 막고 있다는 비아냥을 들을 만도 하다.

 

그러나 백성들은 언제나 현명하다.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제 아무리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가지고 한 시대를 호도한다고 해도 잠시 구부러진 역사를 바로 세운 건 역시 백성들이었다. 백성들의 힘이 이와 같을진대 민심을 잃고 어찌 천하를 다스리겠는가.

 

지도층 인사들이여.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는 나뭇잎을 걷어내고 귀를 막은 콩알을 빼내라. 그리고 허리를 낮추어 백성들과 마주하라.

 

[장원섭(강남대학교 외래교수) 기자 uljin@ulj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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