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으로 병들어가는 세상

기사입력 2011.08.11 12:39  
댓글 0
  • 카카오톡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장원섭(경민대학교 교수)
요즈음 우리 사회는 말 그대로 ‘혼돈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러 가지 정책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각 사회단체에 따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마치 팽팽한 줄다리기 시합을 보는 것 같아 조마조마하기까지 하다.

어느 한쪽도 밀리는 날에는 마치 천 길 낭떠러지에 떨어지기라도 하는 듯 단호한 입장이어서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렇게 세상을 뜨겁게 달구는 이슈가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더더욱 문제가 어렵게 꼬여가고 있다.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문제와 같은 국제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무상급식, 무상복지, 반값 등록금 문제 등등, 모두가 그 결과에 따라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은 사안이다.

얼마 전 여당 대표는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에 대해 “경제적 문제로 접근하면 진작 통과됐다.”면서, “정치 이념적 사안으로 접근해서 자꾸 통과가 안 되고 꼬이는 것”이라고 조속한 처리 입장을 밝혔다.

초등학교 무상급식과 관련하여 서울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태는 도무지 타협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찬성론자는 일부만 무상급식을 하면 이는 아이들에게 ‘눈치밥’을 먹이게 한다는 이유를 들어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반대론자들은 무상급식이 재원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는 것이다.

무상의료 문제도 점입가경이다. 언젠가부터 국가는 더 이상 의료비 지출을 거부하고 있고 의료기관은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형국이다. 물가상승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의료비 수가 인상조차 버거워할 만큼 국가의 의료재정은 바닥이라고 한다. 이런 판국에 모든 의료비를 무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감기만 걸려도 큰 병원을 찾고 교통사고 환자의 대부분이 가짜 환자라는 통계조사 결과가 말해 주듯이 모든 것이 공짜라는 식의 무상복지 제도는 도덕적 해이는 물론, 심각한 재정상 문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반값 등록금 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가장 무능한 정책은 단언컨대 세금을 걷어서 해결하는 정책이라고들 말한다. 지금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런 정책들은 처음에는 국민에게 좋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부담은 결국 국민 모두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 비용은 누가 감당하는가?

중국 한(漢)나라 때의 일이다. 길 가던 한 나그네가 어느 집 앞을 지나면서 우연히 그 집의 굴뚝을 바라보았다. 굴뚝은 반듯하게 뚫려 있고 곁에는 땔나무가 잔뜩 쌓여 있었다. 나그네는 주인을 만나 말했다.

“굴뚝의 구멍을 꼬불꼬불하게 만들고 땔나무는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하십시오.”

주인은 나그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으며 웃고 말았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집에 큰불이 났다. 동네 사람들이 재빨리 모여들어 집 주인을 구해 내었고 다행히 불은 집을 다 태우지 않고 꺼졌다.

이웃들이 자신의 생명을 구해 준 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그는 마을사람들을 초대하여 음식과 술을 내어 극진히 대접했다. 그때 한 사람이 주인에게 말했다.

“그때 당신이 그 나그네의 말을 들었더라면 불이 날 일도 없었거니와 이렇게 술과 고기를 낭비할 필요도 없었을 거요. 정작 굴뚝을 꼬불꼬불하게 하고 땔나무를 옮기라고 충고한 나그네에게는 은택이 가지 못하고, 머리 끄슬리며 불을 끈 사람들은 상객(上客)이 되었군요(曲突徙薪無恩澤 焦頭爛額爲上客耶)."

이 고사에서 유래한 ‘곡돌사신(曲突徙薪)’이라는 말은 화재를 예방하기 위하여 미리 굴뚝을 꼬불꼬불하게 만들고 아궁이 근처의 나무를 딴 곳으로 옮긴다는 뜻으로, 화란(禍亂)을 미리 방지해야 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한서(漢書)》〈곽광전편(藿光傳篇)〉에 실린 고사(故事)이다.

훗날 당(唐)의 시인 주담(周曇)은 곡돌사신의 고사를 두고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나라가 옳은 말을 들어 잘못을 고쳐나가 국난에 대비하지 못하는 것을 꼬집는 내용이다.

曲突徙薪不謂賢   굴뚝을 굽히고 장작을 옮기라는 것은 현명하다 하지 않고,
焦頭爛額饗盤筵   머리 태우고 이마 그을린 것만 잔치판을 벌여 대접하는 도다.
時人多是輕先見   요즘 사람 다들 가벼이 예단하니,
不獨田家國亦然   시골집 뿐만이 아니라 나라 또한 이러하여라.

전국시대 초(楚)나라에 장신(莊辛)이라는 대신이 있었다. 하루는 초(楚) 양왕(襄王)에게 사치하고 음탕하여 국고를 낭비하는 신하들을 멀리하고, 왕 또한 사치한 생활을 그만두고 국사에 전념할 것을 충언하였다. 그러나 왕은 장신의 말을 듣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욕설을 하며 크게 꾸짖었다. 장신은 결국 초나라를 떠나 조(趙)나라로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나라가 초나라를 침공하자 초나라는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패하였고, 양왕은 양성(陽城)으로 도망가 망명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양왕은 비로소 장신의 말이 옳았음을 깨닫고 조나라에 사람을 보내 그를 불러들였다. 양왕이 이제 어찌해야 하는지를 묻자 장신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토끼를 보고 나서 사냥개를 불러도 늦지 않고, 양이 달아난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見兎而顧犬 未爲晩也 亡羊而補牢 未爲遲也)’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망양보뢰(亡羊補牢)’는 이미 양을 잃었지만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는 뜻으로 쓰였다. 즉, 실패 또는 실수를 해도 빨리 뉘우치고 수습하면 늦지 않다는 말이다. 오늘날에는 이미 일을 그르친 뒤에는 뉘우쳐도 소용이 없음을 이르는 한자성어로 회자되고는 있지만, 사실은 아직도 때가 늦지 않았음을 일러주는 말이다. 전한(前漢) 때의 학자 유향(劉向)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의 〈초책(楚策)〉에서 유래되었다.

정책의 현실성이나 가치판단, 옳고 그름 등 본래의 목적을 외면하고 일반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여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행태를 포퓰리즘(populism)이라고 말한다. 포퓰리즘을 이끌어가는 정치 지도자들은 권력과 대중의 정치적 지지를 얻으려고 겉모양만 보기 좋은 개혁, 중장기적인 고려 없이 당장의 국면만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정책을 내세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집단의 정치적 목적만을 위하고, 합리적인 정치나 사회 개혁보다는 집권세력의 권력유지 또는 비집권세력의 권력 획득 수단으로 악용될 뿐이다.

사회적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급기야 나라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치권이든 국민이든 나라 곳간을 공유지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나라 곳간을 주인 없는 공유지 취급해 서로 소를 끌고 나와 계획 없이 풀을 뜯긴다면 초지가 황폐화되는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재원(財源)을 확보할 대책을 먼저 수립해 놓고 정책을 제안해야 하는데도 우선은 표를 의식해 마구잡이식 선심성 공약을 남발해 곳곳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있으니, 곳간을 지키는 책임자로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관자(管子)》에 이르기를 ‘以備待時, 以時興事(준비를 갖춰 놓고 때를 기다리며, 때가 오면 일을 성사시킨다)’라 했다. 제대로 준비해 놓지도 않고 쏟아내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이른 바 ‘무상 운운 시리즈’ 때문에 지금 우리 사회는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선심성 무상복지 정책을 남발하다가 국가부도사태를 맞아 몰락했던 아르헨티나, 그리스에 이어 유럽의 복지정책 선진국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외국의 사례 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의 몇몇 지자체도 경전철, 호화청사 등의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모두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교훈인 셈이다.

과연 이 혼돈의 끝은 어디일까? 답답한 마음에 눈을 들어 하늘을 본다.

 
<저작권자ⓒ빠른뉴스! 울진뉴스 & www.ulji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울진뉴스/월간울진(http://uljinnews.com |   창간일 : 2006년 5월 2일   |   발행인 / 대표 : 김흥탁    |   편집인 : 윤은미 
  • 사업자등록번호 : 507-03-88911   |   36325. 경북 울진군 울진읍 말루길 1 (1층)   |  등록번호 : 경북, 아00138    |   등록일 : 2010년 7월 20일                         
  • 대표전화 : (054)781-6776 [오전 9시~오후 6시 / 토, 일, 공휴일 제외(12시~1시 점심)]   |  전자우편  uljin@uljinnews.com / ytn054@naver.com
  • Copyright © 2006-2017 uljinnews.com all right reserved.
빠른뉴스! 울진뉴스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