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허와 실

기사입력 2013.04.2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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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경민대학교 교수)
최근 공안당국은 북한의 대남 선전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국내 회원 3명이 북한 주장을 퍼 나르는 등 이적 활동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안당국 관계자는 “통합진보당 지역 사무국장 A(39)씨 등이 이 사이트에 가입한 뒤 인터넷 매체, 블로그 등을 통해 북한의 주장을 실시간으로 국내에 전파하고, 자신들이 쓴 글을 퍼 나르며 확산시키는 이른바 ‘주고받기’ 방식으로 이적 활동을 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한미 FTA 무효화, 한미 합동훈련 중단,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옹호 등 북한의 주장을 시위 현장과 인터넷 등을 통해 국내에 고스란히 전파하는 등, 그동안 치밀하고 교묘하게 종북활동을 해온 것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한 인터넷 매체의 기자로 활동하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주권국가의 합당한 권리에 의거하고 적법한 국제 절차에 따라 자신들의 과학기술을 측정하기 위해 인공위성을 쏘았을 뿐”이라는 등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등 3명은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현재 공안당국은 국제 해커집단인 ‘어나너머스(Anonymous)’가 최근 공개한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정보에 한국인이 상당수 포함돼 있음을 확인하고 이들의 이적 활동을 수사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공안당국은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했다는 것 자체로는 처벌이 어렵지만 이적 활동 내용이 드러나면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었다.

이 보도가 사실로 밝혀지자 이들 종북 회원들에 대한 정부 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명단 공개, 발본색원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보수우파단체들은 “북한의 서해 도발에 NLL을 지키다 숨져간 조국의 순국장병들은 추모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주장인 연방제 통일, 평화협정 체결, 국가보안법 폐지,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한미연합훈련 반대, 한미FTA 반대 등을 국내에 퍼뜨리며 친북반미 이적행위를 일삼는 종북세력에 대해, 정부와 사법 당국은 철저히 수사해 이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국가보안법으로 엄정하게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의 주장은 종북세력들이야말로 우리 사회 내부에 기생하는 첩자이며, 그들의 친북행위를 명백한 매국행위로 인식하는 일반 국민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정강의 변(1127)’으로 황제에 오른 남송의 고종은 국난에 대처하기 위해 주전파 관료를 기용하여 진용을 재정비하고 군대를 소집하여 방위체제를 갖추어 나갔다. 금(金)이 다시 남침하기 시작하자 송은 금에 비하여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약한 군사력을 보완하기 위해 각지에 의용군을 편성하여 대항하였다.

주전론의 대표적인 인물 악비(岳飛)는 의용군에 가담하여 두각을 나타내 마침내 절도사가 되었고, 이르는 곳마다 연전연승을 거두며 중원 천지를 크게 고무시켜 백성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악비는 위기에 빠진 송나라를 구해 한족들의 자긍심을 심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투철한 충성심은 중국인들에 의해 크게 칭송을 받았으며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구한 민족의 영웅으로 존중되었다. 그러나 잃어버렸던 영토를 다시 찾으려는 그의 노력은 주화파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주화파 가운데 대표적 인물이었던 진회(秦檜)는 ‘정강의 변’ 때 금에 포로로 잡혀갔다가 돌아온 사람이다. 그는 포로로 있을 때 금의 중신 다란(撻懶)의 휘하에 있었는데, 당시 백성들 사이에서는 금이 진회를 양국의 화의를 성립시키기 위해 밀정으로서 일부러 석방시켰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진회는 돌아오자마자 금과의 화해를 내세우며 교섭에 장애가 되는 일선의 장군들을 모두 제거하기 위해 악비, 한세충 등 주전파 군벌세력의 실권을 박탈하고 전장의 장군들에게 논공행상을 행한다는 구실을 붙여 소환하였다. 악비는 금과 화친에 반발하여 장군직을 내놓고 물러나자 진회는 때를 놓치지 않고 계략을 세워 악비를 옥에 가두고 악비와 그의 아들 악운에게 터무니없는 반역죄를 뒤집어씌운 후 옥중에서 극비리에 독살, 처형해 버렸다. 그때 악비의 나이 39세였다.

항저우에 가면 ‘악왕묘(岳王廟)’가 있다. 충렬사 대전 안에 자리 잡은 악비의 좌상 앞에는 그를 모함에 빠뜨린 진회와 심복들이 무릎을 꿇고 손은 뒤쪽으로 포승줄로 묶인 채 꿇어 엎드려 있다. 사람들은 이들의 철상을 만들어 악비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림으로써 민족 반역자에 대한 분노를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이들 철상에 침을 뱉고 난 후 악비의 묘에 참배했다고 한다. 역사의 심판이 얼마나 엄정한가를 보여주는 교훈이 아닐 수 없다.

남북공동성명과 경제협력, 햇볕정책 등 그동안 정부의 평화통일을 위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한 방법은 요원해 보인다. 특히, 민간 차원에서 ‘같은 민족’이라는 명분으로 인도주의를 앞세우며 시행되어온 민간경제 협력과 지원 등 여러 사업은 결국 북한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일방적인 짝사랑에 불과했으며 시행착오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춘추시대 때 패권을 다투던 송(宋)나라는 이웃인 정(鄭)나라가 초(楚)나라와 내통하자 공격을 감행했다. 그러자 초나라가 구원병을 보내 홍수(泓水)를 사이에 두고 두 나라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 전세는 먼저 진을 친 송군이 적은 병력에도 불구하고 초군보다 유리했다. 초군이 강을 건너기 시작하자 목이(目夷)가 양공에게 즉시 공격해야 한다고 건의하였다. 이에 양공(襄公)은 ‘적이 곤경에 처했을 때 공격하는 것은 군자가 할 짓이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강을 건넌 초군이 진용을 갖추느라 어수선한 틈을 이용하여 목이는 재차 공격할 것을 건의했다. 적군이 강물을 건널 때보다는 못하지만 아직은 전열을 가다듬기 전이므로 여전히 절호의 공격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양공은 ‘적이 대오를 갖출 때까지 기다리자’라며 끝내 말을 듣지 않았다. 양공이 목이의 주장을 거절한 명분은 이러했다.

“옛말에 ‘군자는 이미 상처 입은 자를 다시 다치게 하지 않으며, 머리가 반백인 자를 사로잡지 않는다’고 했소. 옛날에도 싸움을 할 때는 험한 지세를 이용해서 이기려는 약은 짓은 하지 않았소. 아직 전열을 가다듬지도 않은 적을 치려고 어찌 북을 울릴 수 있겠소?”
결국 전열을 가다듬은 초군의 공세로 송나라 군대는 대패했음을 물론, 군주를 지키는 친위대마저 전멸하고 말았다. 양공도 넓적다리에 화살을 맞았고 그 때문에 이듬해 죽고 말았다. 전사한 병사들의 부모, 처자식들은 궁 밖에 모여 통곡했다. 이를 두고 세상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애석하게 생각하기보다 ‘쓸데없는 인정’으로 여유를 부리다 패한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이 고사에서 유래한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는 성어는 ‘너무 착하기만 하여 쓸데없는 아량을 베풀어 실속이 없는 어리석음’을 이르는 말이다.

최근 십 수 년 동안 진행되어온 우리 정부의  퍼주기식 대북정책이야말로 이 고사가 주는 교훈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종북세력들은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고 ‘민족’을 내세우면서 일방적으로 북한을 두둔해왔다. 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그런 명분 때문에 앞에서는 온정을 베풀어 놓고 돌아서서는 뒤통수를 맞는 일을 반복해야만 하는가.

최근 북한의 전쟁도발 위협이 국제사회에서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향후 한반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도발위협을 ‘허세’로 평가절하하고 있으나, 한반도에서 ‘우발적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실의 긴장감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사이버전쟁은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인간의 도리조차 모르는 무뢰배들과 대치하고 있으면서,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송나라 양공처럼 웃음거리로 치부될 수 있는 어리석은 대북관계는 지양해야 한다. 나라를 둘러싼 주변 상황에 긴장 국면이 조성되면, 내부적으로는 국민들이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정부를 원한다. 강력한 리더십은 단결된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그 단결된 힘의 원천은 바로 여론이다. 따라서 위기상황에서도 국론이 하나로 모아진 나라는 살아남았으나, 분열된 나라는 사라진 것이 인류 역사의 냉엄한 교훈이다. 우리 모두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감으로써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국익을 해치는 종북세력의 매국적 행위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 또, 오랜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드러났듯이 우리의 어떤 호의도 북한에게는 값싼 동정과 어리석은 양보로밖에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직시하고 이에 대한 일반화된 인식이 필요하다. 나아가 내부의 단결과 국익을 해치는 종북세력들을 발본색원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존망의 첩경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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