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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시] 추석

  • 김진문 시인
  • 입력 2022.11.0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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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가 심어놓은

대추나무에 매달려 봉양 꼬챙이로 대추를 턴다

긴 가뭄 끝 갈라지며 쪼그라든 검붉은 대추 속내

식구들이 오랫동안 파먹어 팍삭 오그라든 아버지 같다


부엌에서

늙은 엄마, 송편 익반죽을 치댄다

구박 안에서 몸을 굴릴수록 탱탱해지는 멥쌀 반죽

나들 문가에 걸린 흑백 사진 속

처녀 적 엄마처럼 뽀얗다


아침마다 한 움큼씩 빠지는

윤기 없는 아버지 머리카락처럼

바람 불 때마다 떨켜를 놓쳐버린

버짐 같은 감잎 위를 형제 같은

중년의 개 두 마리 어슬렁거린다


가지가 휘어지도록 열매 달린

꽃사과 나무 그늘 아래

사촌의 딸아이 닮은 노란 애기똥풀이

잠을 보채듯 몸을 뒤채고


수수꽃다리 나무 곁 어떻게 혼자 살았는지

영문 알 수 없는 덜 여문 수숫대에

연푸른 수수 알맹이들이 빤들빤들 익어간다 

                                   <김명기 시집『종점식당』에서>


올 추석 명절은 아들네 집에서 제를 올렸다. 가족들의 바람대로 조상에게 불경不敬을 고했다. 다음 해부터 명절 제사 한번, 기제사를 통합해 한번 지내겠다고. 모두 한해 두 번으로 제를 올릴 테니 그리 알고 섭섭해하시지 말고 흠향하시라고, 이렇게 고하니 요양원에 있는 노인네가 갑자기 생각나 눈시울이 붉어졌다. 언젠가 『귀신은 귀신같이 알고 찾아온다.』라는 어느 친구의 농담에 불경스러운 마음이 조금 안도하긴 했지만.

 

김명기 시인의 『추석』, 참으로 아름다운 서정시다. 다른 해설이 필요 없을 거 같아서 감상은 독자에게 맡긴다. 나는 그에게서 얼마 전 시집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를 받았다. 이 시집에는 일상과 노동현장에서 그만이 가지는 특유한 체험 언어로 진솔하게 쓴 시들이 많다. 더구나 <유기견보호소>에서 일한 것을 소재로 한 시는 그만이 쓸 수 있는 시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마음 울림이 크게 오는 시였다. 곧 시의 울림이다. 감동이다. 좋았다.

 

그는 현재 울진에 살면서 시를 쓰고 있다. 시집『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로 얼마 전 『고산문학대상』을 받았다. 수상을 축하한다. 앞으로 그의 시가 더욱 빛나길 바란다.

(김진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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