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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시] 대추 터는 노래[撲棗謠]

  • 김진문 시인
  • 입력 2022.11.0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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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아이 몰래 와서 대추를 터니

隣家小兒來撲棗[인가소아래박조]


주인 할배 문 나서며 아이를 쫓아내네

老翁出門驅小兒[노옹출문구소아]


아이가 도망가며 할배에게 한마디 하기를

小兒還向老翁道[소아환향노옹도]


내년 대추 익을 때까지 살지도 못할 거면서.

不及明年棗熟時[불급명년조숙시] 


손곡(蓀谷) 이달(李達)

 

이웃집 아이는 대추가 익기만을 기다렸을 것이다.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 몰래 따먹으려다 아이쿠, 주인 할배한테 걸렸네! 좀 따도록 모르는 척하던지, 한 줌 따서 주던지, 그랬다면 아이한테 악담을 듣지 않았을 텐데. 그래서 뿔이 난 아이가 달아나면서 내년 이때까지 살지도 못하면서 막말을 했겠지. 마지막 연에는 비속어 같은 악담이 은근슬쩍 들어가 있다. 말하자면 죽을 날이 코앞인데, 요놈의 할방구야, 빨리 뒈져라! 하고서. 요즘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물론 성격에 있어 시대의 차이가 있지만.

 

대추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어느 가을날, 나들이 길에서 보은 대추를 샀다. 알알이 검붉은 빛이다. 

지난, 여름 뜨거운 태양을 머금고 있었다. 오랜만에 생대추를 먹어본다. 상큼하고 달콤한 맛이다. 

 

이 시를 읽으면서 만약 내가 그 아이였다면 할배한테, 또는 내가 그 할배였다면 아이한테 어떻게 대했을까. 글쎄?

 

이 시는 시골에서 대추나무를 두고 벌어지는 개그 같은 한 장면을 표현하면서도, 한편 아이의 입을 통해서 인간이 나이 듦에 더욱 너그러워져야 함을 풍자하고 있다. 

 

조선 중기 시인 이달(1539~1612)은 한글로 소설 홍길동으로 유명한 허균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김진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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