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울진...이라고?!! 울진이 어디야??
한국전력 입사 후 첫 발령을 받은 나의 반응이었다. 그리고는 당장 우리나라 지도를 펼쳐 울진을 찾아보았다. 경상북도 최북단, 강원도 바로 밑...그곳에‘울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당시 TV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의 열렬한 팬이었던 나는 그 드라마의 촬영지가 울진임을 알고 막연히 ‘언제 한번 놀러가 봐야지...’란 생각만 갖고 있었을 뿐인데, 첫 회사생활을 이곳에서 시작하게 되다니...대단한 인연이란 생각이 들었다. 울진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심심한 곳’이었다.‘이거 뭐야~ 외국도 아니고... 벌써 깜깜해?’
저녁 9시만 지나도 상가의 불들이 거의 다 꺼지고 깜깜해진 거리에 적응하지 못한 내가 내뱉은 말이다. 쇼핑도 쇼핑이지만 좋아하는 영화를 언제든지 볼 수 없다는 점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 하지만 울진에서 두 번의 겨울, 세 번째 여름을 나고 있는 나는 울진만이 가진 장점에 푹 젖어 이 생활을 즐기고 있다.
먼저, 울진의 공기가 깨끗해서 그런지 도시에서 앓던 알레르기성 비염이 거의 없어져서 좋고, 한여름에도 선풍기를 틀고 자는 날이 며칠 안 될 만큼 열대야가 없어서 좋다. 봄·가을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마음껏 감탄할 수 있고, 여름에는 불판(고기를 구워먹기 위한 ^^)과 돗자리만 들고 나서면 어디든지 피서지가 되는 곳이 바로 울진이다. 나는 회사업무를 통해서도 울진과 꽤 많은 인연을 맺고 있다.
한국전력 울진지점에서 고객봉사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나는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번은 현장봉사활동을 따라나선다. 지난 2년간 주로 독거노인 가정이나 소년소녀가장 가정에 봉사활동을 나가 생필품을 전달하기도 하고, 집 안의 전기설비나 누전차단기의 노후 여부를 점검한 후, 교체 및 수리를 해드리기도 한다.
어느 해 겨울 봉사활동을 다녀온 후 내가 쓴 일기(?)
「2004년 12월 21일 봉사활동을 다녀오다. 6명의 직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봉사활동 준비 담당이‘나’지만, 저번 달에 한 번 해본 것이 내 경험의 전부이므로 오늘도 역시 어리버리했다. 덕분에 다른 분들이 많이 고생하셨지 ^^; 아무튼 이렇게 저렇게 무사히 출발~
오늘 갈 지역은 울진군 ‘서면’. 불영사 계곡 길을 큰 줄기로 해서 곁가지의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봉사대상인 할머니 집을 찾아다녔다. (역시 봉사활동은 집 찾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ㅡㅡ;)
봉사활동이란 것은 마음을 채워주는 활동이긴 하지만... 오늘은 ‘눈요기’도 많이 했다. 병풍처럼 펼쳐진 산의 무성한(!) 나무들은 단풍이 들기 시작해 알록달록 가지각색의 색깔을 빚어내고, 바로 옆 벼랑 아래에는 맑고 투명한 계곡이 흐르고...
여행이란 것이 꼭 멀리 떠나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바로 근처에서도 잘만 찾아보면 할 수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봉사활동 간 곳 중에서 마음에 남는 할머니가 있다. ‘김태희 할머니’
오늘 간 집들 중 가장 깊은 곳에 변변한 이웃도 없이 외롭게 살고 계신 할머니. 게다가 아들도 군대 가기 전에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했단다. 그 말씀을 하시며 아직도 눈시울을 붉히시는 할머니... 몇 년 째 백내장을 앓고 계시지만 보증을 서주는 사람이 없어 아직도 수술을 못하고 계신다.
저번 달 봉사활동이 끝났을 때에도 기억에 남는 할머니 두 분이 계셨다. ‘이렇게 봉사활동 하는 날만이 아니라 혼자서라도 가끔 맛있는 것 들고 찾아뵈어야지...’ 하면서도 아직 못 찾아뵈었다.
오늘 김태희 할머니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 ‘꼭 찾아뵈어야지...’ 말 동무도 해드리고, 여름엔 친구들 데려가서 할머니 집 앞 맑디맑은 계곡에서 놀고 할머니
집에서 잠자고... 재미있겠다...^^
-중략-
이렇게 오늘은 몸과 마음이 모두 즐거운 날이었다... ^O^」
또한 우리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하고도 안전이 우선시되는 ‘전기’를 취급하고 있는 우리 회사의 특성상 전기고장이나 정전에 대비한 비상근무를 많이 한다. 태풍·집중호우·폭설 때는 물론이고 바람이 좀 강하게 불어도 비상근무다. 비상근무는 크게 고장이나 정전이 발생한 전력설비를 복구하는 팀과 정전발생지역의 고객에 대한 안내를 하는 팀으로 나뉘어 활동을 한다.
나는 고객에게 안내를 하는 팀에 소속되어 정전안내를 하다보면 다짜고짜 화를 내시는 고객은 무섭기도 하고, 사정을 몰라주는 것 같아 야속하기도 하다. 하지만 ‘수고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건네주시는 고객의 말 한마디에 야속한 마음은 금세 잊어버리고 감동백배, 무한보람을 느낀다.
지난 2년 동안 나의 울진생활을 되새김질 해보니 적지 않은 추억과 사건들이 있었다.
울진과 맺은 인연들...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인연을 한 가닥 한 가닥 맺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