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불영계곡은 감탄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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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소록 솟아나는 푸른 싹들이 계곡으로 뿌려지기 시작했다.
밤사이 복슬복슬 피어나는 연푸른 구름덩이로 소복소복 내려앉았다.
노란 듯 푸르고 푸른 듯 노랗고 하얀 듯 푸르고 푸른 듯 하얗고 옅은 듯 짙고 짙은 듯 옅다. 가끔씩 세월의 빛으로 켜켜이 쌓인 바위가 사이사이 있을 그 자리에서만 얼굴을 내민다. 모두가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다. 그 아래 맑은 계곡물 돌아 흐른다. 그뿐이다.사월 하순을 맞이하는 불영사계곡은 감탄 그 자체다.
나뭇가지마다 물이 오를 대로 오르고, 푸르게 피어올린 싹들은 어찌 저리도 고운 색으로 뿜어내는지. 불영사계곡은 사계가 모두 아름답지만 나는 지금 같은 때, 신록이 시작되는 이맘때를 제일 좋아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기 때문에 절정의 아름다움을 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 한 열흘 정도 밖에 안된다. 새순이 조금 자랐거니 싶었는데 어느새 너무 우거져 있다든가, 바람이 불거나 황사가 심하거나 하여 감칠맛 나는 연푸름의 맛을 때 맞춰 보기란 쉽지 않다.이덕무선생도『마음에 맞는 계절을 맞아 마음에 맞는 벗을 만나서 마음에 맞는 말을 나누며 마음에 맞는 글을 읽으면 이는 최고의 즐거움이지만, 이런 기회는 매우 드물다. 일생동안 겨우 몇 번에 불과하다』고 했는데, 정녕 그러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울진의 자랑, 아름다운 불영사계곡은 불영사란 절이 있어 불영사계곡이라 부른다. 울진에서 영주로 가는 36번국도 변에 위치한 이 불영사계곡은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 제6호다.
8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울진과 현동을 잇는 국도는 비포장 이었다. 광천계곡(光川溪谷)을 끼고 도는 낭떠러지 길은 아찔한 아름다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이 계곡은 울진군 서면 하원리로부터 근남면 행곡리까지 불영사를 중심으로 장장 15㎞나 되는 천연의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 구간이다. 심한 감입곡류(嵌入曲流)를 형성하며 계곡 아랫부분과 양쪽의 절벽에는 흰빛의 화강암이 드러나 있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계곡은 울창한 수림(樹林)과 잘 어우러져 있으며, 창옥벽, 의상대(義湘臺), 조계등, 부처바위, 거북돌, 소라산 등 30여 개소의 명소가 있다.
특히 이곳은 금강송이라 부르는 보배로운 울진소나무 자생지로도 유명하다. 붉은 나이테로 바람도 샐틈없이 촘촘하게 속살을 채우며 곧게 자라는 금강송. 미인송이나 적송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하늘을 향해 쭈욱쭈욱 뻗은 소나무들을 보노라면 외경심(畏敬心)마져 든다.연노랑빛 새순이 계곡 산자락에 붙기 시작하면서 계곡의 본격적인 봄은 시작된다. 푸른 소나무 사이에 생강꽃이며 진달래 그리고 군데군데 화사하게 핀 산벚마저 합세하면 요한 슈트라우스의‘봄의 소리 왈츠’보다 더 아름다운 선율이 계곡 가득 넘친다. 오뉴월 신록은 때마침 시원하게 흐르는 한 줄기 바람에 보는 이의 가슴마저 파랗게 물들인다. 푸른 산기운 안개인 람취(嵐翠)가 계곡에 조용히 번지기도 한다. 풀벌레 소리로 요란하던 계곡도 피서객들이 떠나고 찬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불기 시작하면 하나 둘 잎사귀 마다 마지막 분단장을 한다. 이제 계곡은 한 바탕 붉고 노란 색의 향연을 펼치고 잎들은 땅으로 떨어져 거름이 되거나 또는 흐르는 광천에 실려 왕피천을 만나고 동해바다에까지 가기도 한다.
어느새 겨울이 차분하게 계곡에 내려앉지만 여전히 푸른 소나무가 그리고 나목(裸木)이 계곡을 지키고 있는데, 눈이 내린다.
아! 계곡의 장엄이여. 그렇게 다시 또 봄을 기다리는 불영사계곡. 그 옛날 의상대사시절 이전부터.
그리고 사월이 지나가는 오늘 불영사계곡에서 온갖 푸름의 향연에 마음이 시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