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묘지(墓地)가 사라졌다”

신모씨 전 남편의 묘지를 최모씨가 자기 조상 묘로 착각해 개장 후에 화장
기사입력 2010.09.18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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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씨가 자기 조상 묘로 착각하여 개장 후 화장해버린 620번 묘지

 

신울진원자력발전소 1,2호기 건설에 따라 북면 덕천리 공설묘지에서 묘지 개장(改葬)에 나선 주민이 남의 묘를 자기 조상의 묘로 잘못 알고 화장해버린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이와 관련해 신울진원전 건설 사업자인 한수원과 덕천 공설묘지를 관리·운영하는 북면사무소는 ‘묘지 개장 당시에 현장을 입회하지는 않았지만, 현행법상 자신들이 책임질 부분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어 향후 피해자와의 공방이 예상된다.  

 

9월 12일 신모(여. 47세. 죽변면)씨는 추석을 앞두고 북면 덕천리 공설묘지에 전 남편의 묘를 벌초하러 갔다가 믿기 힘든 뜻밖의 일을 겪었다.  

 

십 수 년째 관리해오던 전 남편의 묘지가 없어진 것이다.
다음날 신울진원전 건설 관계자와 연락이 닿은 신모씨는 지난 7월 10일 신모씨 전 남편의 묘지를 잘못 개장한 최모(남. 72세. 죽변면)씨와 한자리에 모였고, 최모씨는 그곳에서 옻칠을 한 관 등의 개장 잔여물을 재차 확인하고 난 다음에 자기 모친의 묘로 착각해서 남의 묘지를 잘못 개장한 사실을 인정했다.  

 

9월 13일 피해자 신모씨는 신울진원전측에 가해자 최모씨와의 협의를 통해 사건을 처리해 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9월 14일에는 공동 책임으로 묘지를 원상복구 해줄 것을 재차 요구했다.  

 

신울진1,2호기 건설로 개장되는 덕천공설묘지의 묘지 수는 총 728기로, 8월 31일 현재 602기의 개장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신울진원전 관계자는 “최모씨가 모친 분묘의 개장신고필증을 발급받아왔고, 이에 따라 분묘 보상계약을 통해 개장한 다음 280만원의 보상금을 수령해가는 등 정당한 절차에 따라 보상비를 지급했으므로 법적인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신울진원전 건설에 따른 공설묘지의 묘지 개장에 따라 이번 사건이 발생한 만큼, 도의적으로는 미안한 부분이 있지만 법적으로 하자가 없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 양측 간의 원만한 합의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덕천리 공설묘지를 관리 운영하는 북면사무소 또한 “남의 묘를 자기 조상 묘로 착각해서 잘못 개장한 것은 딱한 일이지만, 공무원이 묘지 개장 시에 현장을 입회할 의무가 없는 만큼 책임도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유족은 “신울진원전을 건설하지 않는다면 묘지를 이장할 이유도 없다. 신울진원전 건설에 따른 이장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인데 신울진원전측이 책임이 전혀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울진군 또한 마찬가지이다. 묘지를 관리하는 울진군에서 공설묘지에 매장된 묘지 수백기가 각각 누구 묘인지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신울진원전이나 북면사무소나 공설묘지의 각 묘지가 누구 묘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묘지 개장을 희망하는 사람의 말만 믿고 개장을 허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건 너무 무책임한 태도이다. 추석에 온가족이 모이면 구체적인 대책을 세울 계획이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가족들이 모르는 사이에 공설묘지의 묘소가 없어진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결국 이번 사건은 건설 사업자가 분묘 개장신고필증만으로 유족임을 확인하고 보상금을 줄 수 있도록 한 현행 법률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 공설묘지를 관리·운영하는 지자체에서 묘적부(墓籍簿)를 기록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매장자(埋葬者)를 알아볼 수 없는 묘적부의 허술한 관리 체계가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자기 조상의 묘지인지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엉뚱하게 남의 묘지를 개장해서 화장한 가해자의 책임이야 어떤 경우든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한편 신울진원전 1,2호기 건설로 개장돼야 하는 덕천리 공설묘지의 묘지 수는 총 728기로, 8월 31일 현재 602기의 개장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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