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불

기사입력 2010.12.3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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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최
가을이 왔다.
단풍구경이나 가면 좋겠네 하는데,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갑자기 파고드는 바람은 한 겨울의 그것만큼 추웠다.  

 

꽁꽁 비닐에 싸매 놓은 겨울 이불을 꺼냈다.
세탁기에 다시 돌리고 말리느라 넓게 널린 우리의 겨울 이불을 보노라니, 여든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되어 혼자 계신 엄마도 생각나고, 전방 부대 GOP에 있는 아들도 생각나고, 어느 해 겨울의 스산한 기억도 다가온다.  

 

그 겨울.
크고 작은 시련과 크고 작은 행복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보통의 겨울이 아니라, 가장 큰 풍랑이 닥쳐 시련의 고비가 일렁이며 차갑게 다가오던 시간.   

 

어제까지 멀쩡히 살던 우리들의 집이 없어진다는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은 아무리 두꺼운 이불을 끌어 잡아 당겨 목덜미를 싸매고 누워도 춥고 추웠다.  

 

삭풍이 휘몰아쳐 뼈가 시린 추위에 더해, 잡고자 했으나 멀어져만 가는 손길.
가까이 가고자 했으나 보이지 않는 가시가 아파서 동그마니들 뚝뚝 떨어져 앉아 있곤 했다.  

 

끝도 없이 머무를 것만 같은 겨울.
따뜻했던 것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것의 괴로움.
묵묵히 견디던 식구들의 가장은 방황 했고, 아이들은 그런 가장을 위로했다.   

 

애써 아닌 척 했으나, 얼어 버린 내 마음이 쉽게 녹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이들만도 못하다는 부끄러움에 빠졌다.
누구 탓이 아니라 내 탓도 있겠거니, 견딜 만큼 주겠거니...
서로의 자리를 지키면서 꿋꿋하게 길을 찾아야 하는 시간의 문제겠거니...  

막무가내로 긍정의 힘을 잡고 정신을 차리는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잠이 도망간 새벽마다 자고 있는 그들 몰래, 매몰차게 내치기만 해서 미안하던 옆 지기의 손을 잡아 보고.
사춘기를 앓느라 편하게 옆을 주지 않던 아들의 체온을 살며시 안아 주곤 하면서 얼어붙은 내 몸과 마음을 녹였다.  

 

살며시 조금씩 다가가 꼬옥 안던 그들의 온기는 이 세상의 그 무엇 보다 따뜻했다.
손발 끝과 뼛속까지 냉기가 타고 흐르던 그 해 겨울이 없었다면, 나는 가장 따뜻해서 가장 행복한 온기가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소중한지도 몰랐을 것이다.   

 

곧 겨울이고, 뼛속 시린 칼바람이 기온 탓만이 아닌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인 사람들은   두꺼운 겨울 이불이 아니라 먼저 무조건 옆에 있는 내 식구의 36.5도를 껴안아 볼 일이다.  

 

가장 따뜻하므로, 얼어 버린 마음과 몸이 가장 빨리 녹으므로, 지금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 살며시 껴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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