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나는...

기사입력 2011.01.1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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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사다난했던 한해의 끝자락.
‘어떻게 해야 마무리라도 잘하나?’ 그런 생각을 해보는 시점이다.

 

지금 중부지방의 폭설주의보에 걸맞게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 것을 넓은 창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
좋은 풍경이 보이는 곳에서 차 끓일 물을 올려놓고 나는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

 

그 친구는 철저한 자기 관리와 참 좋은 인간성을 전파시키는 힘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림을 통해 10년간 알았지만, 어느 한 순간도 변함없이.
달포 전에 그 친구와 조그만 작업실을 같이 만들었다.
우리 집과 가까운 곳이고, 여러 가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조건은 순전히 나를 위한 그 친구의 배려가 많은 덕분이다.  

말이 앞서지 않고 마음을 닿게 하는 친구, 빌어서 이루어지는 소원이 있다면 복을 몽땅 받게 하고 싶은 사람 중 하나, 권길선.

 

막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의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40년에 가까운 세월을 엮어서 우정을 나누는 또 한 사람.   

음악과 문학을 사랑하고, 탁구를 멋있게 잘 치는 내 친구 노혜심.
한참 팝송에 빠져 라디오를 끼고 살 때, 좋은 노래라고 들어 보라며 제목을 알려주면 나는 ‘알았어, 그거 들어볼게’ 하면서, 가끔 팝송의 제목 머리를 뚝 잘라 말하거나 엉터리 발음으로 큰 소리 치기도 했다.
그러면 무안을 주지 않으면서 틀린 걸 깨닫게 하려고, 옆에서 나지막하게 노래를 부르거나 제목을 또박또박 쓴 편지를 건네곤 했다.  

 

놀다 헤어질 땐 별을 보며 몇 번씩 서로의 집 대문을 왕복하던 친구, 사춘기의 감성과 시를 나누던 우리.
무슨 이야기가 많아 그렇게 굳세게 줄기차게 만날 수 있었는지, 서로 결혼을 하면서 근 10년씩 세월을 건너뛰게 만나도 엊그제 만난 것처럼 해맑은 웃음으로 다가오는 그녀.
생각만으로도 해피 바이러스다.   

 

동쪽 하늘과 바다 사이 내 영혼의 짝, 눈빛만으로도 나를 구원하는 그녀 쭈.
차갑고 도도한 인상과는 반대로 어려운 사람은 죽어도 못 본체 못하는 사람.
열 가지의 단점이 있다 쳐도, 그것을 한꺼번에 다 덮을 수 있는 강한 장점이 숨어있는 깊고 깊은 친구.
바다를 마주한 내 슬픈 목소리를 찾아 새벽 3시에도 집을 나서주는 여자.
그녀를 표현할 때, 내가 가진 어떤 수식어도 모자라기 때문에 생략하는 게 더 낫다.

 

매일 보고 싶은 그리움을 고이 간직했다가, 우리는 일 년에 두어 번 우리만의 여행을 한다.
경미, 인복이, 별이...  

이렇게 저렇게 생략된 말이 많아도 항상 사랑과 배려가 넘치는 나의 친구들.  

 

손가락을 꼽아가며 멋있는 친구들을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눈 개인 맑은 하늘이 다가 온다.  
이런 말이 있다.
자기 주위를 둘러보아 친한 다섯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내 주위의 선하고 선한 친구들이 나를 만들어 준다면, 그럼 나는 더 선하게 내 벗님들 의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한해의 마무리도 그렇게, 한해의 시작도 그리 하려 한다.
나의 사랑하는 벗님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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