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기행(2)

기사입력 2011.06.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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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일(시인, 수필가)
인도의 햇빛,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아직은 4월인데도 한 낮의 기온이 섭씨 45, 6도를 오르내린다. 한증막을 들어서는 느낌, 처음 겪는 일이라 적응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요가 체험으로 시간을 보낸 후, 오후 세시가 넘어서야 용기를 내어 길을 나선다. 에어컨이 시원한 고급스러운 버스, 한 걸음 물러서서 물끄러미 쳐다보는 눈빛들이 조금은 미안할 정도다.

여래(如來)께서 깨달음을 얻은 후 처음으로 설법을 한 녹야원, 불교의 4대 성지(聖地) 가운데 하나다. 기원전 3세기 경에는 오천여 명이나 되는 스님들이 수도(修道)를 했다는 큰 가람(伽藍)이었으나, 14세기 경 이슬람의 침공으로 다 부서지고 사리탑 하나와 그 잔해만 겨우 보존되고 있다.

이역만리(異域萬里)에서 현지 안내인을 통해 혜초선사의 이야기를 듣는 감회가 새롭다. 7세기 경 신라의 큰 스님 한 분이 이곳까지 와서 불법을 공부하고 간 사실을 아느냐며 웃는다. 알고는 있었으나 이렇게 먼 곳인 줄은 미처 몰랐다.

문명(文明)의 이기(利器)를 이용해서도 이처럼 힘이 들고 어려운데 변변한 길조차 없었던 그 옛날에 어떻게 여기까지 다녀갔단 말인가. 그 깊은 신심(信心)과 집념(執念)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해거름에 릭샤라는 자전거 수레를 타고 갠지스 주변을 탐방한다. 이 어인 일인가. 인도(人道)도 없고 차도(車道)도 없다. 아니 인도가 차도고 차도도 인도다. 소가 어슬렁거리고 개도 힐끔거리는 거리, 떠밀려 흐르는 사람의 물결이 도도하다. 자전거, 릭샤, 오토 릭샤, 오토바이, 자동차가 서로 뒤엉켜서 앞에서 뒤에서 빵빵거린다. 

이 기막힌 풍경, 여기 말고 어디에서 볼 수 있으랴. 이 와중에서도 파리 떼처럼 달라붙는 구걸의 손길에 기가 질린다. 매연에 눈을 뜰 수 없고, 숨을 쉬기도 쉽지 않다. 전쟁터요 아수라장이다. 더욱 경이로운 일은 구석진 곳마다 누워 잠을 자는 사람도 적지 않고, 심지어 후미진 곳은 소꿉놀이 같은 살림살이를 차려놓은 태평(?)한 가족도 가끔씩 보인다. 참으로 별난 동네요 기이한 사람들이다.

저녁 일곱 시, 어머니의 강(江) 갠지스를 위한 힌두의식이 흥미롭다. 일곱 무대에 일곱 제사장이 음악에 맞춰 향을 사르며 불춤을 춘다. 물의 신(神)을 예배하는 의식인 듯한데 강 위에서 언덕에서 수많은 군중들이 호응하는 광경이 장관이다. 갠지스의 은혜로 살고 있다고 믿는 힌두인들, 미개한 것인지 위대한 것인지 그 분간이 쉽지 않다.

카라쥬호로 가는 길 370여 킬로미터, 대 평원을 하루 내내 달린다. 허름한 간이 휴게소에서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한다. 일행 중 한 분이 남은 음식을 모아 주변 아이들에게 먹을 의사를 손짓으로 묻는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보이지 않던 아이들이 벌떼처럼 모여든다. 늦게 온 아이들은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뒤져 힐끔거리며 뒷걸음을 치는 참상, 이 나라 어느 농촌 행길 가의 풍경이다.

카라쥬호 힌두사원, 세계문화유산에 손색이 없다. 9세기에서 11세기까지 건축을 했다는데 방금 피어난 꽃처럼 싱그럽다. 그 정교한 조각이 향나무로 만든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 색깔, 그 부드러움, 그 정교함, 엊그제 공사가 끝났다 해도 믿으리만큼 그 보존이 완벽하다. 외벽에 새긴 수많은 조각들, 혹은 얼굴을 붉히고 혹은 놀라움에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힌두인들의 수행(修行)방법에, 요가, 명상, 섹스가 있다는 것이다. 남녀(男女)의 성(性)으로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방법과 기교를 그 표정까지 섬세하게 조각해 놓았다. 생명(生命)의 시원(始原)이요, 쾌락(快樂)의 극치(極致)인 남녀의 성, 가리고 숨기기보다 드러내어 가르친 힌두인들이 훨씬 더 솔직한 삶이 아니겠는가.

윤리와 도덕의 범주 안에서 쾌락의 극치를 누릴 수 있다면, 건강도 행복도 거기에 있으니 깨달음이 별거며 극락이 어디 따로 있으랴 싶다.

가까이 있는 자이나교 사원을 둘러보고, 지는 해를 따라 아그라행 특급열차에 오른다. 지평선(地平線)에 펼쳐지는 분홍빛 노을이 황홀경이다. 저 언덕을 넘으면 또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까? 잔잔한 설레임에 소풍길에 오른 어린아이가 된다. 회춘(回春)이 어디 따로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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