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맥 이어온 ‘망양정(望洋亭) 제향(祭享) 봉향(奉享)’

매년 양력 8월 15일 오전 11시에 제사·····근남 마을의 안녕과 수호, 동민 화합 빌어
기사입력 2011.09.1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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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장상훈(張相勳)씨, 1959년 구(舊) 망양정 건립 준공일에 맞추어 첫 제사 올려

구(舊) 망양정 준공 년도·건립 주체 등에 대한 객관적 고증 거쳐 잘못된 역사적 사실 바로잡아야




<고(故) 장상훈(張相勳)씨가 글을 짓고 쓴 망양정 제사 축문(祝文)>


<고(故) 장상훈(張相勳)씨의 초상(肖像)>

8월 15일 내리쬐는 햇볕이 무지 뜨거운 날, 근남면 망양정(望洋亭)에서 1959년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52년 동안 맥이 끊이지 않고 한결같이 이어져 온 제사가 마련되었다.

주변 안팎을 빗자루로 깨끗하게 쓸고 난 다음에 북쪽을 향해 한 상 가득 부정 없이 정갈하게 준비한 술과 과일로 제물이 차려졌다.

향불을 피워 올려 연기가 먼 허공으로 퍼져 나갈 때쯤에 참가자들은 정결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이 땅에 머물며 산과 대지를 수호하는 산신(山神)과 바다와 강우(降雨)를 주관하는 용왕(龍王)을 간절하게 부른다.


<초헌관 장문희씨가 잔을 올리고 있다>

산신과 용왕에 대한 강신(降神)과 참신(參神)이 끝나고 나면 초헌(初獻), 아헌(亞獻), 종헌(終獻) 순서대로 술잔을 올린다.

제사에 참여하는 헌관은 모두 근동 마을 주민들로 초헌관은 장문희(73세)씨, 아헌관은 하용운(82세)씨, 종헌관은 장주철(76세)씨가 맡았다.

헌관이 삼잔을 올리고 철시복반(撤匙復飯)까지 끝나고 나면 합동으로 배례를 한다.


<축문(祝文)을 읽는 김흥술씨. 그는 고(故) 장상훈(張相勳)씨에게서 한학을 배운 제자이다>

축관(祝官) 김흥술(76세)씨가 한문으로 빼곡히 쓰인 축문(祝文)을 읽어 내려가며 천지신명께 오늘 제사를 올리는 뜻을 고한다.

「유세차(維歲次) 신묘(辛卯) 팔월십오일(八月十五日) 망양정주(望洋亭主) 유학(幼學) 문희(文熙) 감소고우(敢昭告于) 복유(伏惟) 산해지령(山海之靈) 지신지명(至神至明) 상우령실(上佑領室) 하저민생(下底民生) 산령소도(山靈所導) 용신감응(龍神感應) 복유존령(伏惟尊靈) 목목일좌(穆穆一座) 생생오행(生生五行) 동거대해(東拒大海) 서위태잠(西圍泰岑) 도량청숙(度量淸淑) 기세영욱(氣勢英郁) 잠잠오향(蠶蚕吾鄕) 매매안보(每每安保) 복해수산(福海壽山) 여재좌우(如在左右) 역취대장(易取大壯) 시송사우(詩頌斯于) 망정건설(望亭建設) 관동경객(關東景客) 연속부절(連續不絶) 매세차일(每歲次日) 산해축제(山海祝祭) 소원성취(所願成就) 신도태안(神道泰安) 정운점성(亭運漸盛) 근이(謹以) 주과(酒果) 물수비박(物雖菲薄) 성즉존경(誠則尊敬) 복유존령(伏惟尊靈) 서아흠격(庶我歆格) 상향(尙饗)」

제의 절차가 끝나고 나면 제사를 주관한 초헌관이 상에 올랐던 제수 음식 가운데 일부를 조금씩 덜어 망양정 옆 소나무 아래 파묻으며 대지와 바다, 허공을 떠도는 온갖 객신(客神)을 달랜다.


<제사가 끝나면 제수 음식 일부를 땅에 묻어 객신(客神)을 달랜다>


<주민들은 제사를 구심점으로 한자리에 모여 ‘너’와 ‘나’가 아닌 ‘우리’가 된다>

제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함께 빙 둘러앉아 음복(飮福)을 나눈다.

작열하는 태양을 피해 인근 망양해수욕장에 피서를 왔다가 정자에 올라온 외지인들에게까지 제사 음식이 골고루 나누어진다.

외지인들은 관동팔경중의 하나인 망양정에서 제사를 올리는 난데없는 광경에 의아해하다가 그 의미를 전해 듣고는 금세 고개를 끄덕인다.

매년 양력 8월 15일 오전 11시에 망양정에서 산신과 용왕신을 비롯한 천지신명께 올리는 제사는 1959년 고(故) 장상훈(張相勳)씨가 처음 시작했다.

장상훈씨는 1950년 당시에 퇴락하여 없어진 망양정을 새로 건립하기 위해 기부자들을 모으고 자재를 기증받아서 실질적으로 구(舊) 망양정 건립을 주도했던 인물로, 제사를 올리는 8월 15일은 구 망양정의 준공 기념일이다.

원남면 신흥리 대잠마을에서 태어난 장상훈씨는 면서기로 시작해서 울진군청 산림계, 원남면장, 기성면장 등을 역임하다가 퇴직하여 근남면 산포리에 터를 잡았다.

산포리에서 마을 서당 훈장으로 후학을 가르치며 여생을 보냈던 장상훈씨는 인근에서는 누구나 인정하고 존경하던 한학자였다.

이날 제사에서 축문을 읽어 내려간 축관 김흥술씨는 고(故) 장상훈씨에게서 한학을 배운 제자 중 마지막으로 남은 제자이다.

장상훈씨가 작고하고 난 다음에 망양정 제사는 고스란히 장씨의 아들 장문희씨에게 전해졌다.

부친의 뜻을 받들어 해마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망양정 제사를 지내오고 있는 근남면 산포리 장문희(張文熙)씨는 “50년이 넘게 한해도 빠짐없이 자비로 제수 음식을 준비하여 제사를 지내고 있다”며, “예전에는 50~60명 정도가 함께 모여 제사를 지냈는데, 나이든 어른들이 세상을 많이 떠나고 난 지금은 십 수 명이 제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망양정에 제사를 지내는 일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제사를 지내던 초창기에 고(故) 장상훈씨가 가졌던 진의를 제대로 몰랐던 주민들은 ‘자기네 집안이 잘되려고 망양정에서 제사를 지내면서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는 식으로 험담을 하기가 일쑤였다.

장문희씨는 “그런 말을 들을 때는 속도 많이 상했지요. 그러나 축문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우리 집안이나 개인의 복을 비는 건 전혀 없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근남 마을의 안녕과 수호, 동민들의 화합을 빌고, 망양정에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와서 북적거리기를 바라는 내용입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마을 주민들도 하나둘 이해하게 됐습니다.”라고 전했다.

망양정 제사는 실제로도 마을 제사의 성격이 강하다.

각 마을 단위별로 매년 정초에 지내는 성황당 제사, 우물 제사, 당굿, 별신굿 등의 각종 마을 공동 제의 행위와 같이 망양정 제사도 개인의 발복을 비는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의 안녕을 비는 제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특히 ‘너’와 ‘나’를 가리지 않고 제사를 구심점으로 한자리에 모여 통일과 조화를 이룬 다음 온전하게 ‘우리’가 되어 마을 전체를 다시 통합하는 사회적 순기능은 눈여겨볼만 하다.

장문희씨도 구 망양정을 건립할 당시에 평해 월송국민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단청장이로 활동했던 손치후 선생 밑에서 단청 일을 배우면서 작업에 참여했었다.

실제 작업에 참여했던 만큼 망양정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도 각별한 장씨는 지난 2005년에 완전히 해체하고 새로 지은 현재의 망양정에 대한 불만을 조심스럽게 털어 놓는다.

“예전 망양정은 처마 밑 네 곳에 조각되어 걸려있던 용머리가 동해를 굽어보며 위용을 뽐냈었는데, 새로 건립한 망양정은 어쩐지 허전하고 왜소해 보입니다. 또 망양정은 앞이 탁 트여서 동해바다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야 하는데, 볼품없는 소나무가 전망 대부분을 가리고 있어 답답하기만 합니다.”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망양정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아 제대로 기록하는 일이다.

울진군지를 비롯한 각종 자료는 구 망양정 중건 년도를 장문희씨를 포함한 인근 여러 주민들이 기억하고 있는 1959년보다 1년 앞선 1958년으로 기록하고 있다.

또 구 망양정이 실제 장문희씨의 부친 고 장상훈씨의 주도하에 기부자와 기증자들의 노고로 건립됐음에도 불구하고 울진군청과 울진교육청의 보조금으로 건립된 것으로 잘못 기록하고 있다.

강자의 논리를 좇아 한번 잘못 기록된 역사는 객관적 검증 없이 두고두고 확대 재생산되면서 후세에 전해진다는 사실을 알 때, 향후 울진군지를 새로 쓸 때나 각종 관련 기록물을 작성할 때 명확한 고증 절차를 거쳐서 바로잡아야 함은 누구나 익히 아는 사실이다.

망양정의 역사적 사실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어른들 또한 천세만세 살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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