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가정의례준칙’ 시기의 결혼식 청첩장

기사입력 2011.11.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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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가정의례준칙’ 시기의 결혼식 청첩장>

이 자료는 1972년 12월 19일 울진군 농협 2층에서 예식을 올렸던 당시의 결혼식 청첩장이다.  

가로 15cm, 세로 10.5cm 크기의 청첩장을 살펴보면 상단에 ‘청첩’이라는 큰 글씨 좌우로 두 마리의 봉황이 노란 금색으로 찍혀있고, 혼사를 주재하는 혼주(婚主)와 신랑 신부 이름, 일시, 장소, 피로연 장소가 각각 적혀 있다.  

활자를 짜 맞추어 만든 인쇄용 판인 활판(活版)으로 찍어서 인쇄를 한 청첩장의 뒷면은 백지로 비워져 있으며, 결혼 당사자가 직접 전해주었던 것인지 별도의 봉투는 없다.     

결혼식을 올리는 신랑은 주필영(朱必英)씨고, 신부는 황영순(黃英順)씨다.
신랑 측은 부모를 대신한 것으로 여겨지는 혼주가 주하영(朱厦英)씨라는 이름의 형으로 되어 있고 신부 측 혼주는 황학선(黃學先)씨로 되어 있는데, 이날 화촉을 밝힌 신부 황영순씨는 황학선씨의 장녀로 나타나 있다.  

피로연 장소는 일반 식당이 아닌 울진읍 읍내리 3구(區)의 신랑 자택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결혼식 주례(主禮)는 방병주(方炳周) 선생이 맡았고, 청첩인(請牒人)은 주성하(朱聖河)씨와 오종석(吳鍾碩)씨 두 사람이다.

주례를 선 방병주 선생은 1962년 임대덕(林大德)씨와 함께 3회에 걸쳐 졸업생을 배출했던 울진제동중학원을 설립했고, 1974년에 설립된 제동중학교의 초대 교장을 지내다가 후일 울진교육장을 역임하는 등 근·현대 지역 교육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던 분으로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름 석 자를 기억하고 있다.  

예전에 만들어진 청첩장은 대부분 ‘반드시’라고 할 만큼 하단에 청첩인의 이름을 꼭 기록했다.  

이것은 집안 대소가의 친인척 가운데 유명한 분이나 절친한 지인들의 이름을 기록함으로써 가세(家勢)가 만만치 않음을 자랑하려는 목적에서였다.  

청첩인 중 오종석씨는 국회의원을 지냈던 오준석 의원의 맏형님으로 죽변면에서 배사업과 여관업을 하면서 자리를 잡았고, 후에 죽변어업협동조합장과 울진군 초대 면의원을 지냈던 분이다.     

청첩장의 하단 왼쪽에는 동영부인(同令夫人)이라고 적혀 있다.
이는 ‘존경하는 부인과 함께’라는 뜻으로, 청첩장과 같은 각종 초청장에서 부부동반을 이르는 말이다.  

1969년 박정희 정부는 허례허식 일소 차원에서 ‘가정의례준칙(家庭儀禮準則)’을 제정하여 청첩장을 돌리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시켰지만, 강제성이 없는 준칙이었기 때문에 실효성을 거두기가 어려웠다.  

이것이 잘 지켜지지 않자 정부는 1974년 6월에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서 청첩장을 전달하다가 적발되면 5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렸다.  

당시 50만원이라는 돈은 중견 직장인의 한 달 봉급과 맞먹을 만큼 대단한 액수였다.  

청첩장이 금지되자 결혼을 앞둔 신랑 신부와 가족들은 전화를 이용하여 결혼 소식을 알리거나 또는 직접 편지글을 쓰거나 타이핑을 쳐서 복사하는 식의 편법을 이용하여 청첩장을 대신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1980년 보건사회부는 인쇄물을 포함한 편법 청첩장까지 전면 금지했지만 이 법률은 이미 사문화된 법에 불과했고, 1994년 제14대 김영삼 정부가 청첩장 발송을 21년 만에 공식적으로 허용하여 지금에 이른다.  

39년 전에 제작된 이 한 장의 청첩장은 준칙으로 법적인 강제성이 없던 1972년에 제작되어 누군가에게 전달된 것으로, 당시 지역의 혼례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근현대사 사료로 그 가치가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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