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일구는 젊은이들...평해읍 학곡리 나성훈씨

아들의 이름을 건 최고의 쌀을 만들고 싶다
기사입력 2006.06.1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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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점점 고령화 사회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도시 보다는 농·어촌 지역의 고령화의 정도가 심하다.

우리군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특히, 각 읍·면의 소재지를 벗어나면 그 정도가 더 심하게 나타난다. 농촌의 골목길을 누벼 다니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점차적으로 자취를 감추고 있다. 텅 빈 그 공간을 우리네 노부모들이 당신들의 보금자리를 힘겹게 지켜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자기가 태어난 고향을 지키며, 가슴속에 소박한 꿈을 품으며 논밭을 일구고 산과 바다에서 하루하루의 땀방울을 더해가며 힘겨운 현실에 넘어지고, 타협하고, 때로는 부딪치면서 그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젊은이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속한 분야에서 아직은 초보자(?)에 불과하다. 그러하기에 실패에 맞서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미약하나마 힘과 용기를 불어 넣어 보고자 연재를 기획한다.

 

고령화 사회는 세 분류로 나눌 수 있다. 65세 이상의 노인을 기준으로

△전체인구의 7%~14% 미만인 경우를‘고령화 사회’

△전체인구의 14%~20%미만인 경우를‘고령사회’

△전체인구의 20% 이상인 경우를‘초 고령사회’라 한다.

우리 군의 2006. 3월을 기준으로 전체인구 56,173명의 인구분포를 살펴보면

△20세 이하 - 12,369명(22.02%) △20대 - 6,433명(11.47%) △30대 - 7,907명(14.08%) △40대 - 8,622명(15.35%) △50대 - 6,555명(11.67%) △60대 - 7,680명(13.67%) △70세 이상 - 6,597명(11.75%)이다.                 

따라서 우리 군은 위 분류에서 고령사회로 이미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자료제공-울진군청 종합민원처리과≫

 

연재의 첫 번째 주인공은 평해읍 학고리 친환경단지의 작목반장을 맡고 있는 나성훈(34세)씨다. 오래간만에 봄비가 대지를 흠뻑 적신 4월 10일 오후에 그의 집에서 만남을 가졌다. 햇볕에 그을린 얼굴과 한 곳에 가지런히 흙이 묻어 있는 장화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악수를 건네자마자 나성훈씨가 인사말을 던진다. “우리 군에도 농사에 대한 내놓으라하는 전문가들이 많은데, 왜 내가 첫 대상자입니까? (농사에 대해 말하기가) 상당히 조심스럽다”며 운을 뗀다.

기획하게 된 의도를 설명하고 그의 짧은(?) 농사 경력을 들었다.


▲농사를 짓게된 계기가 있다면...

- 아버지가 가구점을 운영하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이을 받을 생각도 가졌다. 그러나 옆에서 지켜보면서 아줌마들을 상대하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농사도 부지런히 하면 (장사만큼)답이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서, 군복무를 마치고 23살부터 시작하게 됐으니깐, 강산이 한번 바뀐다는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과정에서 버섯농사로 실패도 맛봤다. 고민하는 와중에 군에서 추진하는‘친환경농업’에 참여하면서‘최고의 쌀 생산’이라는 나름대로의 목표를 자부심으로 삼으면서 여기까지 왔다.

지난 경험으로 얻은 생각은 농사를 지으면서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지런함은 당연한 것이고, 그 위에‘운과 유통망’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특히, 유통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한 개인이 농산물을 생산하고 유통망 확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홀로 감당하는 것은 너무 광범위하고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유통이 생산단계 못지않게 중요하다. 농협이 담당해서 책임져 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는데 부족해서 다소 아쉽다.

 

▲농사를 지으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 2004년에 전환기(무농약 3년차)로 한 단계 나아갈 수 있었는데, 볍씨 선택의 잘못으로 전환기 인증을 받지 못해 마음고생과 작목반 어른들에게도 미안함에 마음고생이 심했었다. 작년에 전화기 인증을 받았을 때 뭔가를 이뤘다는 생각으로 정말로 기뻤다. 또, 한해 언제 7월 한여름에 이틀을 꼬박 부모님들과 손으로 김을 맸었는데, 농사가 진짜 힘들구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었다(웃음).

    


▲농번기 때의 하루 일과는...

- 작목반의 면적이 4,3ha(약 만 3천평)이다. 작목반원 대부분이 연세가 지긋하신 어른들이 대부분이다. 농번기(4월 중순~5월 중순, 추수철) 때는 새벽 5시 반부터 일과를 시작하면 저녁 8시쯤에 집으로 돌아온다. (작목반장으로서의 책임감 등으로)작목반 모든 논의 못자리부터 신경 써다 보면 논에서 지내는 시간이 저절로 많게 된다.

주말에 제대로 애들하고 놀러가지도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장사를 했더라면 어떠했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농사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다소 고민에 빠져 있다가)고생한 만큼 보람을 찾을 수 있는 것이 농사라는 생각이다. 장사든 뭐든 어느 정도 이치가 같지 않는가? 부지런함과 나만의 특출한 아이템을 찾아내면 분명히 답은 있는데, 그 아이템을 찾기가 쉽지 않을 테지만...
나만의 쌀을 만들어 아들(나희준, 7세) 이름을 상호로 거짓 없이 자부심 가질 수 있는 농사를 지었으면 좋겠다. 
 


▲농사만 지어서는 애들 교육비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텐데...

- 그렇다. 농사만 지어서는 지금 현실적으로는 답이 나오기 어렵다. 아버지하고 같이 농사지으면서 경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2천만원이 채 못 된다. 이제는 무농약 쌀로는 경쟁력이 없다. 유기농 쌀을 만들어야 한다, 유통만 확보되면, 예를 들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지만) 대도시의 아파트 한 단지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면, 작목반 면적(만 3천평)에서 4천만원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 본다.

군에서도 친환경 쌀의 유통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을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유통망 확보에 더 많은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3~4년 뒤에는‘미강농법’도 시도할 예정이다.(미강농법으로 지은 쌀이 밥맛은 좋지만, 오리나 우렁이 농법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농사를 지을 때의 마음가짐은 어떠한가...

- 일례를 들어보면, 지난 2003년 4H 회장 자격으로 교육 갔을 때 후포에서 온 사람의 일상 얘기를 들었다. 그는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습관을 만드는데 100일이 조금 넘게 걸렸는데, 그 과정이 어려웠지만 몸에 배고 나서는 오히려 그 시간에 일어나지 않으면 생활의 리듬이 깨져 하루가 힘들다는 말을 했다.

나도 되도록이면 새벽 일찍 일어나려고 애쓴다. 5시 반쯤 일어나 아침 식사 때까지 2시간여 동안 그날 해야 할 일을 60% 가까이 할 수 있다.

‘일찍 일어나야 부지런함을 떨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다. 화학비료와 제초제를 몰래 뿌리고 싶은 유혹도 느끼지만 양심에 손을 얹어 본다.

오늘같이 비 오는 날에도 아버지는 농기구를 정리하면서, 언제라도 즉시 사용할 수 있게끔 준비를 마쳐뒀지만, 거기에 비하면 나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아직 게으르다고나 할까...(웃음)

 

▲농부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은...

- 지금은 반백수(?)라 생각한다(웃음). 애들이 커 가면서 미안하다. 직장인 이었다면 주말을 이용해 바람도 쐬고 즐길 수 있을 텐데...

내 직업에 대한, 젊은 사람이 농사짓는 것에 대한 주위의 시선에 대한 부담은 없다.

농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40대 까지만 지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평생 농사를 지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아들 이름 걸고 제대로 된 최고의 쌀을 만드는 것!!”그리고 그것을 유명백화점에 유통시켜 전시·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힘들 때 마다 이를 자주 생각하고 있다.

 

▲진짜 좋은 쌀은 뭐라고 생각하나...  

- 들판보다 양지바른 산 계곡에서 혼자서, 경험으로 얻은 지식들을 토대로 자기 결정 하에 남들 의식 없이 키워낸 쌀이다. 미친놈처럼 보일 수도 있다(많이 웃는다). 왜냐하면 들판에서 재배하는 쌀은 오염원에 쉽게 노출 돼 있다. 차도 없고, 물도 맑은 계곡에서의 농사가 말 그대로‘참쌀’이 아니겠는가?

지금은 좋은 쌀을 평가할 때‘맛’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경향이 많다. 나는 생육환경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산짐승들에 의한 피해가 만만치 않겠지만...  

 

▲구상중인 계획이 있다면...

- 소를 5~10마리 정도 키울 예정이다. 유기농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퇴비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도작(벼농사)은 고생한 만큼의 소득을 찾기는 어렵다. 이제 (농사에 대해)걸음마 단계는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경험으로 체득해야할 것들이 끝이 없겠지만...

3~4년 뒤에는 밭작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주위에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꽤 많다. 어떤 작물을 심었을 때 보다 나은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인 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15일(토) 못자리가 한창인 평해읍 학곡리에서 만난 나성훈씨는 노련한 농부못지 않게 볍씨와 흙 상태를 점검하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이날은 1,300여개의 모판(마지기당 20개)을 우선적으로 못자리를 만들었다.  한쪽에서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아들을 지켜보는 아버지 나동인(63세)씨는 “오늘 못자리하는 논이 내가 애써 벌어 놓은 결과물이지, 이제는 힘도 부치는데, 성훈이 지가 농사를 짓겠다니 고맙지, (논이)묵지 않고 계속 농사를 짓는 다는게...” “이것(자동으로 모판 작업 할 수 있는 기계)을 5년 전에 구입했는데, 그전에 손으로 돌릴 때에는 오후가 되면 팔이 얼럴했었지”라며 잠시 회상에 젖는 모습이었다.

동네 인심이 좋다. 못자리를 거들로 오는 사람마다 뭔가를 들고 온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농업에 많은 기계화가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사람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사람 손을 거쳐야 모든 일의 마무리가 이뤄진다.

텅 비어있던 들판에 부지런한 농부들의 발길이 잦아진다. 시간이 농사철이 왔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

우리네 부모님들은 ‘땅은 흘린 땀만큼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땅은 정직하다’는 말을 되뇌이고, 또한 그렇게 믿었다.

오늘 뿌리는 씨앗이 그의 가슴속에 자리한 소박한 희망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열매로 맺히기를 기원한다.

 

김석칠 기자 chimhyangm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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