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피천 유장한 강줄기 가슴가슴 적시며 흐르라

기사입력 2006.06.2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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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영을 휘감고 흐르는 왕피천 저 시리도록 눈부신 투명은 이미 우리들 가슴이다.

통고를 휘돌아 수 천 년 우리들 마을 구석구석 적셔 온 왕피천 저 넉넉한 속살은 이미 우리 어머니의 자궁이다.

남정의 어느 중턱 산허리쯤에서 잉태하여 나직나직 쉬지않고 에돌아
마침내 우렁한 소리로 세상을 들깨우며 한없이 너른 가슴으로 동해를 껴안는 너는 이미 우리들의 그토록 목마른 갈증을 단숨에 축여주는 단물이다.


하루도 쉬지않고 우리들 곁을 돌아 수 천년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들의 질긴 사랑으로 저토록 참한 마을을 꾸려 왔듯

너는 이미 우리를 훌쩍 키워내는 생명의 등(燈)이다.


숱한 바람과 숱한 천둥과 눈앞을 가리는 숱한 먼지를 오롯이 가슴에 담으며 끄떡없이 안으로 안으로 넉넉하게 품어온 반듯함 품성과 마르지 않는 질긴 희망은 가공된 억압과 가공스런 폭력 앞에서도 질기도록 살아남아 뿌리내려 온 우리 언론의 본래 모습이다.


골짝골짝 논배미 봇물 찰랑거리며 어머니 속살처럼 부드러운 생명의 땅을 키워 온 왕피천 저 우람한 가슴패기는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온 언론정신의 참모습이다.


지방자치 반 삼십년, 중앙에 맞서 권위와 억압에 맞서 도무지 뿌리뽑히지 않는 부패의 사슬과 고리를 끊으며 이제 우리의 언론도 낡은 구태를 훌훌 벗어던지고 신생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저 끝없는 깊이로 우리를 어루만지고 우리의 마을을 살찌운

왕피천의 넉넉한 출렁임으로 천지사방 푸르고 맑은 심성으로 뻗어나 마침내 눈부시도록 빛나는 푸름의 세상을 만들지어니


낮은 곳에서 더 낮은 곳으로, 어둠에 갇혀 오금도 못핀 채 주저앉아 손을 내미는

모든 서러운 이들 모든 힘없는 사람들의 가슴을 한데 모아 왕피천 저 푸른 힘으로 다시 태어나라, 다시 태어나 찬란한 투명으로

세상을 물들이라.


시작의 당당함으로 쉬지않고 흘러흘러

네 가는 걸음걸음 푸른 물 뚝뚝 돋아나는

푸르고 투명한 세상천지 이루라, 인간들 하염없이 푸르고 곧게 적셔라.  

 







 남효선 (시인, 언론인)

 

·1958년 울진 정림리 출생

·동국대학교와 안동대학교 대학원 민속학과에서 국문학과 민속학을 전공

·1989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 · 1993년 울진저널 창간

·울진문학회,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경북도민일보 사회부장

·현, 시민의신문 경북본부장

·사화집 『네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놓인다, 문학사상사 간』

『길 위에서 길을 묻다, 도서출판 엔터 간』외 다수

·민속지 공저 『도리깨질 끝나면 점심은 없다』『북면 사람들의 삶과 민속』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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