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하고 억울해서 못 살겠다'

고향은 발전소가 작살내고, 밤나무는 직원이 작살냈다
기사입력 2006.07.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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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원자력본부 협력업체 직원 김모씨(한전기공 근무. 40세) 등 3명이 경매를 통해 전답을 취득한 후 매입 토지와 인접한 곳에 심어져 있던 남순남(북면 고목리. 63세)씨의 수십 년생 밤나무 수십 주를 무단으로 벌목하는 한편, 인근 소하천까지 무단으로 점용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1월말 경 차남의 영농실패로 인하여 죽변면 화성리에 소재한 2천여 평의 전답이 경매로 넘어간 남씨는 수일 후에 인접 부지에 심어져 있던 20~40년생 밤나무 20여 그루와 감나무 몇 그루가 베어지고 뽑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밤나무는 남씨의 작고한 남편인 전모씨가 수십 년 전에 심은 것으로, 그동안 남씨는 해마다 이 나무에서 300만원 이상의 실질적인 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이리저리 수소문한 결과 남씨는 지난 1월 경매로 땅을 구입한 울진원자력본부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장모씨 등 세 사람이 공동으로 땅을 구입한 직후에 중장비를 동원하고 마을사람들을 시켜서 유실수를 무단으로 벌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 5월 20일경부터 가두시위중인 전종률씨
이와 관련하여 밤나무를 무단으로 벌목한 당사자들과의 수차례 만남에도 불구하고 원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남씨의 차남 전종률(북면 고목리. 34세)씨는, 지난 5월 20일경부터 울진원자력본부 정문 앞에서 연일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히 7월4일 울진원전 정문 앞에서 열린 집회에는 마을 주민 30여명이 함께 동참하여 울진원자력본부측에 피해자인 남순남씨의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전종률씨는 경매로 땅을 공동 매입한 한전기공 직원 3명이 밤나무와 단감나무를 벌목하기에 앞서 나무 주인에게 사전에 전혀 연락이 없었고, 연로하신 어머니가 매년 이 나무에서 3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려 왔는데 그것이 1년 수입의 전부였다고 주장한다.

작고한 남편이 40년전 이 땅을 처음으로 구입한 후에 심은 밤나무가 전부 베어진 것에 충격을 받아 몸져누워 지내는 남순남씨는 “돈도 돈이지만 나이 든 촌사람이라고 너무 우습게 본다”며, “분하고 억울해서 못살겠다”고 하소연이다.

반면 이 땅을 경매로 취득한 한전기공 직원 김모씨는 “전종률씨가 피해 배상금으로 2억원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거금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쌍방이 신뢰할 수 있는 공인 감정평가사 등의 평가가 이뤄져 최종 보상액이 결정된다면 피해액 전부를 배상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7월4일 주민집회 당시 가해자들이
 설치한 현수막

또 2월 중순경에 무단 벌목한 밤나무는 전종률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23주가 아니라 12주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땅을 구입한 후에 경계측량을 하지 않고 중장비를 동원하여 평탄작업을 하면서 소하천 부지를 무단 점용한 사실에 대해서는 어떤 행정처분도 감수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소하천 무단 점용 부분에 대해 울진군은 장모씨 등에게 지난 4월 11일, 5월 16일, 6월 2일 등 3차례에 걸쳐 ‘소하천 무단 점용에 대해 원상복구’할 것을 통보했고, 조만간 관련법을 적용하여 행정조치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초 개인과 개인의 문제로 시작된 이 사건은 반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현재 주민들과 울진원자력발전소간의 싸움으로까지 비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7월4일 고목리 마을주민 30여명이 참석하여 벌인 집회 현장에서 무단벌목 당사자들이 “밤나무 훼손으로 관계도 없는 한수원 분들과 발전소 관계자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내걸어 주민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전종률씨는 “정작 피해자들에게는 진심 어린 사과의 말 한마디 없으면서,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한수원 직원들과 발전소 관계자들에게만 죄송해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 거는 저들의 행태에 끝없는 분노가 인다”며 결코 이 싸움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 비쳤다.

이명동기자 / uljin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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