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과 관심을 쏟는 만큼 소(牛)에 대해 조금씩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기사입력 2006.08.0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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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의 주인공은 근남면 산포3리에서 한우를 돌보는 이종훈(79년생)씨다. 22일 오전 9시가 조금 지나 약속 장소인 우사에 도착했을 때 종훈씨는 소를 돌보는데 여념이 없었다. 인기척을 내자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종훈씨는 “일식집 주방장을 했었는데 손이 약해 애를 많이 먹었어요. 3~4년 정도의 짧은 도시생활이었지만 몸에 맞지 않았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특히 같은 일을 매일 반복해야 되는 것에 대해 많이 힘들었다며, 지금 비록 몸은 많이 고되고 힘들지만 한우를 키우는 데에 만족해했다.


-흘리는 땀방울만큼의 보람과 만족을 느끼려 합니다


울진종고 농과(’98졸)를 18명이 졸업했었는데 동기 중에 본인을 제외한 한 명이 더 농사를 짓고 있다면서, 한우를 사육하게 된 계기에 대해 “보기보다 비전이 있는 것 같아요. 땀 흘리고 노력한 만큼의 경제적 보상은 받지 못하겠지만(받을려고 하지도 않지만), 어느 정도의 경제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2003년도에 시작했으니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흘리는 땀방울만큼의 보람과 만족을 느끼려고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도시로 떠나서 지낼 수 있는 몸 상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축산(한우)을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어머니 할머니와 같이 논 3ha, 밭 1ha를 같이 병행하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농촌에서 생활하는 많은 젊은 사람들이(특히 어린이를 가진 젊은 부모들) 자주 갖는 생각이겠지만, “우리군 내에서 최소한의 의료혜택과 문화혜택만이라도 쉽게 접하고 누릴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집니다. 집(근남면 산포3리)에서 애를 어린이집에 보낼려고 해도 매일 엄마나 내가 태워주고 태워 와야 되는 실정”이라며 아쉬운 점들을 털어 놓았다.


고향에 돌아와 취농창업후계농업인(농업경영인)을 신청하고 자금출자를 위한 대출심사 과정에서만 행정에서 담당해줬습니다. 이후 한우를 사육하면서 겪어야 되는 다양한 애로사항들을 혼자서 모두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도 힘들고도 아쉬운 점이었다면서, 다양한 농업인들의 각양각색의 민원사항들이 많겠지만 행정에서 이점은 재고됐으면 싶다고.

 

우사를 짓고(2002년도) 나름대로의 경영을 위해 전남 장수군의 축협에서 운영하는 목장과 안동시의 ‘울림목장(약 천두 사육)’ 등 대단위로 사유하는 목장들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10년 후 저런 정도 규모의 목장을 가질 수 있을까, 전국에서 손꼽히는 목장으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후 지역에서 한우를 키우는 선·후배들과 선진지 견학을 통해 선진농업을 접하면서 배울 것과 실천해야 되는 것이 많다는 것을 체득하면서, ‘(농사에 대해)욕심 없고 타협한다면 제대로 된 농사를 지을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을 가슴속에 품게 되었다고 말했다.

 


 

-소는 정을 주는 만큼 사람 정을 아는 그런 동물인 것 같습니다


종훈씨는 “소도 사람하고 같다는 생각입니다. 소를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면 하나의 ‘물건’에 지나지 않고 돈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요. 물론 저 자신도 돈을 벌기 위해 하지만, 소는 정을 주는 만큼 온순해지고 사람 정을 아는 그런 동물인 것 같습니다. 나무라고 꾸짖으면 눈치 보는 게 아닌가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소를 키우게 되면서 느낀 점이라고 말했다. 


처음 우사를 짓고 어떻게 꾸려나가야 하는 생각에 멍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13명의 회원이 가입돼 저마다의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움직이는「별미서린 한우회(회장 어승수)」를 작목반 형식으로 조직해 ‘발효사료’를 자체 개발해 먹이고 있다.

 

발효사료는 농산물의 부산물인 미강, 맥강, 옥수수, 불가사리 등을 주원료로 혼합해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를 개발하기 위해 부딪치면서 배워다는 말이 맞을 겁니다. 회원들 모두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많이 물어보고 발로 뛰면서 만들었죠, 지금은 서울대학교 최홍민교수 팀이 사료연구를 도와주고 있고, 사료의 시료성분을 검사할 때마다 보완할 점이 늘 나오지만,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반 배합사료보다는 훨씬 뛰어나다고 자부합니다”라고 젊은 농사꾼답게 자신감 있게 말했다.

 

지금은 30두를 보살피고 있다(많았을 때가 40두, 팔 때 소의 무게는 600~700kg 정도). 하루 소요되는 사료양이 발효사료가 200~250kg, 짚은 70~80kg 정도이며, 특히 짚은 관내 무농약 이상의 인증을 받은 친환경으로 재배된 짚을 가을에 사서 비축한다고 덧붙였다.


-우사 짓는 것보다 설득 과정이 더 길고 힘들었어요


“어머니가 객지에서 살지 왜 들어 오냐고 반대도 많았어요. 부모님들이 자식이 농사짓는 다고 하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지금은 (본인을 가리키며)지살 궁리를 하니까 옆에서 지켜보고 계신 것 같습니다. 우사를 짓는 와중에도 저를 설득했어요. 반대로 제가 어머니를 설득하는데도 3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또한 마을어른들의 반대도 만만찮았습니다. 2달 이상 어른들을 찾아뵙고 호소하면서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동네에 애들 소리가 나니까 많이 이해해 주시고 도와 주실려고 그래요. 정작 우사를 짓는 것보다 설득하는 과정이 몇 배 힘들었습니다.


유통은 GS리텔(전 LG유통)에서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한다는 취지 아래 그들과 물꼬를 틀수 있었어요. 그쪽에서 우리 회원들의 소를 가져갈 때 마다 무항생제 성분의뢰 검사를 실시합니다. 아직 완전한 유통망이 확보된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에 의해 고정적인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9월 초순에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다고.

 

GS리텔과 유통의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배합사료에서 자체 개발한 발효사료를 먹인 후 6개월이 지나면서 고기의 육향과 육질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좀 더 좋은 가격과 우리 회원들이 좋은 소를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좀 더 차별화된 유통망을 찾기 위해 2년 이상의 노력이 있었기에 연이 닿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유통망 확보가 확실히 성사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며 유통망 확보의 어려움을 전했다.


종훈씨는 “이런 냄새(소 부산물)가 이제는 많이 익숙해져 있어 편안하다고 하면 이상하게 들리나요? 축사에 될 수 있으면 긴 시간을 소와 함께 지낼려고 합니다. 정과 관심을 쏟는 만큼 내가 소에 대해서 조금씩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다가 막상 팔기 위해 떠나보내면 내가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과의 갈등 아닌 갈등 때문에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 져요”라며 소들에게로 잠시 시선을 옮겼다.


한편 울진에도 농촌을 지키며 생활하는 친구와 선․후배들이 있지만, ‘결혼’이라는 문제를 안고 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비단 우리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 차원의 사회적 문제이긴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어야 합니다. 농촌을 지키며 살아가겠다는 사람이 가정을 꾸리지 못한다면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또한 저 역시 4H 회장을 역임했지만, 예전에 비해 턱없이 회원들이 부족한 것이 현실정입니다. 농사에 전념하는 젊은 사람들이 그만큼 적어졌다는 반증이 아니겠습니까. 명맥만 겨우 연명해가는 단체가 아니라, 교육과 정보교류의 장, 농촌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그런 단체로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행정과 회원들이 머리를 맞댔고 논의됐으면 좋겠어요.


처음 우사에 도착했을 때는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지만,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를 마치면서 돌아설 때는 그런대로 견딜 만 했다.

우리 농촌의 현실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들려온다. (걱정의)말은 누구나가 쉽게 할 수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는데서 머무는 것 같다.

 

그러나 말보다 자기들의 고향인 농촌을 살리기 위해 실천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그들이 세파에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쉽게 말로만 농촌을 걱정하는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

긴 장마로 구름 가득 했던 하늘이 모처럼 만에 파란 하늘을 보여준 햇빛의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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