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아이들을 모르시나요?

기사입력 2006.08.0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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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에  제 큰 아이가 중학교를 갔습니다.  오늘 아침 제 큰 딸아이 첫 시험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지난 3월, 중학교에 입학한 아이지요.

이 학교에선 시험을 치를 때 학부모가 같이 시험 감독을 하는 제도가 있더군요.

지난 봄 학부모 정기 총회에 갔더니 신청자를 받고 있었는데 참여자가 없어서 모두 눈치만 보고 있기에 제가 덥석 신청을 하고 말았더니 하필 오늘 장날에 걸렸지요.

그러나 어쩝니까.
약속은 약속인데 가게 하루 늦게 문 연다고 매출이 급격히 떨어질 것도 아닌 바에 서둘러 집안 일 끝내고 학교로 갔지요.

이른 아침, 학교에 가기 전 딸아이가 저더러 한마디를 하는데 글쎄 이러지 뭡니까?"우리 엄마가 그러실 리 없으시겠지만  그래도 부탁인데 학교에 오시면 제발 아무 말씀 하지 마시고 계셔주세요. 엄마들은 말씀이 너무 많으시거든요"
똑똑도 하여라. 제 어미를 믿는다고 먼저 말해놓는 저 으름장을 대체 어찌 표현할꼬.

아무튼 그런 딸아이의 권고도 권고려니 평소 폼생폼사의 표본인 제가 그런 곳에 가서 행여나 딸아이의 걱정 끼치는 행동을 하겠습니까?

조신하게 녹차만 가만가만 마시며 우아하게 미소만 띄고 서 있다가 간단한 감독 교육을 받은 후 시간이 되어 지정한 교실로 갔지요. 와글거리는 아이들의 소란이 끝나고 긴장된 시험이 시작된 교실 뒤편에서 숨죽여 서있으려니 그것 참 예사로운 일이 아니더군요.

무엇보다 구부정히 엎드려 낑낑 시험을 보는 아이들의 펑퍼짐한 등을 보고 있자니 웬 눈물이 쿨렁 솟아오르는지요.  
가슴이 자꾸 물컹거려서 아이들을 보는 대신 먼데 창밖만 자꾸 보고 있었지요.

선생님께서 저를 바라보시고 의아해하시거나 말거나 말이지요.저 어린 아이들이 대체 뭘 위해서 저런 경쟁을 치러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한 경쟁시대라지만 아직은 그저 아무 걱정 없이 뛰놀고 자고 공부를 하더라도 제 살과 뼈를 위해 축적해야 할 시간들이건만 일등 이등 편 가르기 시합에 나서야 하고 울안에 갇힌 짐승들처럼 제한된 사회 속에서 속박된 생활을 해가야 하는 그 아이들이 참으로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어른이 될 때를 대비해서 쌓아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란 것을 압니다.
어차피 어른들이 살아가는 사회는 지금의 경쟁보다 더 치열하고 척박하고 가파르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한 달이 멀다하고 시험이라는 틀에 짜 맞혀야 하는 아이들의 삶이 가엾으리만큼 애처롭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어른들이 그 아이들에게 정말 무엇을 물려주고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시험 감독을 하는 교실 뒤편에 서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명희 시인/울진문학회장 기자 uljin@ulj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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