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울진발 열차표 들고서
서울 강남행 꿈꾸지 않겠다
그리하여 백두대간 따라 푸른 동해가
옆구리 간질이며 어서 가라고 손짓하는
금강산 지나 원산, 함흥, 두만강 건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겠다
구한말 헤이그 특사 3인방도 갔다
홍범도가 누볐던 백두산자락 따라
카자흐스탄도 밟아보고
수많은 항일 독립군이 만주 들판에서
풍찬노숙했던 그 길
발해 전설이 서린 돌거북이 놓인 동네
최재형 고택과
안중근이 사격 연습했던 숲에서
엄숙한 긴장도 해보고 싶다
연속극 미스터선샤인 의병들도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고 잘만 가더라
누군가 벽은 눕히면 길이 된다고 했다
그 길은 아무도 갈 수 없는 길이 아니라
함께 만들면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이다
또다시 가고 싶다
달그림자 아래 하얀 뼈다귀같이 서 있는
눈 덮인 자작나무 숲 끼고서
시린 뼈마디 철거덕 소리 나는 열차 타고서
아이들과 밤새 이야기 나누던
이제는 오늘과 같은 내일 아침
울진발 유럽행 평화 열차표 들고서.
<김진문 / 울진발 열차표 들고서, 시 전문>

『샘요, 이 열차 타고 계속 가면 어디까지 갈 수 있나요?』
어느 한 녀석이 뜬금없이 물었다.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갈 수 있다는데.』
『얼마나 걸려요』
『최소 일주일 걸린다는데 나도 너들처럼 이번에 처음 타봐서 잘 모르겠다.』
『그럼 울진에도 열차가 들어오면 모스크바까지 갈 수 있겠네요』
『글쎄 앞으로 남북한 철도가 연결되면 그럴 수도 있겠지』
벌써 8년이나 지난 2016년 여름, 초·중 아이들과 러시아 연해주 일대『항일독립운동지역』을 둘러볼 때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나눈 이야기다.
우리는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의 항일독립 운동사적지를 둘러보고 난 그날 저녁, 시베리아 대륙횡단 열차를 탄다고 하자 아이들이 환호했다. 우리는 우수리스크에서 하바롭스크까지 9시간 넘게 가는 시베리아 야간 횡단 열차를 탔다. 아이들은 밤이 늦도록 이야기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기차 여행전문가(마니아)들의 꿈인 시베리아 횡단 열차! 모스크바와 극동 시베리아 지역을 연결되어 총 철도 길이만 9,300여 km에 이른다. 밤낮없이 달리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7일이 걸린다고 한다. 일부 노선은 몽골, 중국까지는 물론 북한의 평양, 원산까지 이어지고, 126개의 크고 작은 역을 지난다. 철도로 유럽여행을 하려는 여행객들에게는 그야말로 죽기 전 꼭 하고 싶은 일(버킷리스트) 중 하나라고 한다. 그날 저녁 아이들도 장차 그 꿈으로 잠들었을 것이다.
나는 울진철도 개통으로 함께 꾸는 꿈을 또 하나 상상해 본다. 언젠가는 울진 아이들이 울진발 열차표를 들고서, 금강산을 지나 원산, 함흥, 두만강 건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단번에 유럽으로 가는 꿈 말이다. 이름하여 시베리아 평화횡단 열차이다.
지금은 남북한 통일정책이 냉·온탕을 오가지마는 장차 도로와 철도가 연결되는 시대가 반드시 온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어른들이 할 일로는 남·북한 불신의 담을 깨뜨려 평화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 혼자 꾸는 꿈은 단지 꿈일 뿐이다. 우리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김진문 산문, 『또 하나의 꿈- 울진발 열차표 들고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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